김정은, 조문단 안 보낸 이유…대화국면 앞두고 '예우'만 갖춰

      2019.06.12 16:46   수정 : 2019.06.12 22:37기사원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대미 친서 등 대화 국면 나서는 상황과 관련 있는 듯
민간 사안에 당국 간 접촉 이뤄지는 모양새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지난 10일 별세한 이희호 여사의 장례에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북한이 대화 국면에 다시 나서는 듯한 상황과 맞물린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12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이 여사의 장례에 보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겠다고 우리 측에 통보해 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이를 우리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여사의 별세 직후부터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는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지난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때 최고지도자의 '위임에 따른'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한 바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 관여한 원로 인사를 예우하는 남북 간 암묵적 관례에 따라 북한은 이번에도 조문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조문단 대신 조의문과 조화를 선택했다. 이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북한의 내부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의 신호탄이었던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북미가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교착을 거듭하는 가운데 나온 행보로 급격하게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말부터 남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며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언급하기도 했다. 남·북·미가 최소 지난달 말부터 활발한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음을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조문단 파견과 관련한 전망 중 하나는 남북 대화 재개도 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대미 친서로 남·북·미가 이미 대화를 해 오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정황이 나왔고, 조문단을 통한 남북대화 재개 시도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조치로 해석되는 상황이 됐다.

이 같은 중요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을 경우 대외적인 정치 행보를 자제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도 반영됐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 이후 진행해 온 내부 정비를 마치지 못해 대외 행보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다만 김 위원장의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발송된 것은 북한이 재정비를 마치고 대화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이 같은 분석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김씨 일가인 김여정 제1부부장을 조의문과 조화 전달자로 파견하면서 원로급 인사에 대한 예우와 정치적 의미 표출을 동시에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조문단을 이끌었던 것은 김양건 당시 노동당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2015년 사망)이었다.

조문단의 파견 여부만 놓고 보면 예우의 차이를 논할 수도 있으나 북한 내부에서 김씨 일가의 정치적 위상은 다른 간부들과 비할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활동해 온 김여정 제1부부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북한은 이 여사의 유가족 측에는 별도의 서신을 통해 이와 관련한 설명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또 우리 측에 "귀측의 책임 있는 인사와 만날 것을 제의한다"라고 통지해 왔다. 이 여사에 대한 조의문 및 조화 전달과 별개로 당국 차원의 논의 사항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 측도 이에 호응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이 조의문 및 조화 수령자로 나서게 됐다. 민간 차원의 사안을 계기로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이뤄진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정상 간 메시지 교환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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