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1인 시위하다 폭행 당한 시민, 경찰의 반전
2019.06.13 13:18
수정 : 2019.06.13 16:06기사원문
함평경찰서장 "사실관계 확인"
(함평=뉴스1) 한산 기자 = 대낮에 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시민이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가해자가 폭행현장을 지나던 경찰을 불러세워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기까지 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3일 전남 함평경찰서와 영상 등에 따르면 11일 낮 12시50분쯤 전남 함평군 함평군청 앞 인도에서 A씨가 다짜고짜 1인 시위 중이던 B씨의 얼굴을 때렸다.
폭행을 당해 바닥에 쓰러진 B씨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얼굴을 가격 당했다.
A씨는 폭행현장을 지나가던 경찰차를 멈춰세운 뒤 B씨의 손을 움켜잡아 자신의 얼굴을 때리거나 눈을 찌르는 시늉을 하면서 쌍방폭행을 주장하기도 했다.
차에서 한 경찰관이 내렸지만 A씨는 "이걸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람을 시켜 죽여버리겠다"고 B씨를 협박하는 등 계속해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경찰관은 A·B씨 주위를 돌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거나 휴대전화를 만질 뿐, A씨를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서너명의 경찰관이 증원된 후에야 경찰은 A씨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A씨는 "나를 앞잡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B씨와 시비가 붙었고 B씨가 때리자 나도 때렸다"는 취지로 경찰에게 답했다.
B씨는 함평군청 앞에서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골프장 건설 반대 집회'를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고, A씨는 골프장 건설 반대측 관계자로 알려졌다.
경찰의 무책임한 대응이 논란에 휩싸이자 경찰은 12일 함평경찰서장 명의 입장문을 내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차에서 내려 현장 확인 등의 조치를 취하고, 이후 정보·강력팀 형사 등이 현장에 도착해 조치를 취했다"면서 "다만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한 후 적절한 조치와 함께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B씨는 이가 부러지고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