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특파원 표절 지적한 과학자의 반전 이력
2019.06.14 07:00
수정 : 2019.06.14 13:36기사원문
유튜브·페이스북 설전에 '왓슨 개발' 이력 사실무근 밝혀져
왓슨 개발 이력에 'AI 전문가'로 억대 수입 올렸는데..과기계 '발칵'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중앙일보의 특파원 칼럼 표절 문제를 공개 지적해 '개념 과학자'로 주목받은 감동근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가 정작 본인이 허위 이력 논란에 휘말리면서 과학기술계가 시끌시끌하다. 인공지능(AI) '왓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이력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것.
논란의 발단은 자기계발서 '완벽한 공부법'의 저자인 신영준 박사가 지난 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신박사TV'에 감 교수의 경력을 문제삼는 내용의 동영상을 게재하면서다. 이 동영상은 하루만에 조회수가 1만6000건을 넘어설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신 박사는 감 교수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IBM T. J. 왓슨 연구소에 근무할 당시 '왓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밝혀 온 사실을 공격했다.
실제로 감 교수는 지난 2016년 3월 구글의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 AI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당시 언론에선 그를 '미국 IBM 연구소에서 인공지능 왓슨 개발에 참여한 전문가'로 소개했다. 당시 그가 쓴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이란 제목의 저서에도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신 박사는 감 교수가 IBM 연구소에서 하드웨어 분야를 연구했고 왓슨 개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왓슨 프로젝트를 이끈 데이비드 페루치 박사에게 직접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관련 이메일 내용도 공개했다.
결국 감 교수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에 '왓슨 개발에 참여했다'라고 썼지만 입출력 시스템을 연구했을 뿐 왓슨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했다고 할 수 없다"고 시인했다.
그는 "출간 이후에도 몇몇 매체에서 그와 같은 표현을 계속 썼으며, 그렇게 소개될 때에도 바로잡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신 박사는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으로 일하다 평생교육 컨설턴트로 전향, 집필과 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그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3만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다.
두 사람의 '악연'은 감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 박사가 집필한 '완벽한 공부법'과 '빅보카' 등의 저서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두 사람이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통해 설전을 거듭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사실 감 교수는 2016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인공지능을 전공한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최근 화두가 된 '딥러닝' 등 인공지능의 기계 학습 기법 자체를 연구하지는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인공지능 전문가'로 불리게 된 배경에 대해 스스로 "바둑을 너무 좋아하고 컴퓨터 공학자로서 인공지능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IBM 연구소에서 왓슨 개발에 참여했다는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더해지니까 갑자기 내 말에 권위가 부여됐다"고 토로했다.
결국 허위이력이 밝혀지면서 감 교수는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을 절판했고 알파고 사건 이후 지금까지 모든 외부활동으로 올린 수입은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감 교수가 공개한 수입 내역에 따르면 그가 2016~2017년 강연과 기고 등으로 올린 전체 수입은 1억2466만원에 달했다. 그는 1억3000만원을 탄자니아 아동과 청소년을 돕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NGO) 사단법인 올인원에 기부한 이체확인증도 함께 첨부했다.
하지만 그간 언론계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사회 부조리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SNS 스타'로 군림한 감 교수가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자 과기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식년을 맞아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감 교수의 페이스북은 현재 폐쇄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