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대행업체 비리에 실직 위기에 처한 환경미화원의 눈물
2019.06.14 14:35
수정 : 2019.06.14 14:40기사원문
횡령 업체 계약해지 통보…애꿎은 청소노동자만 실직 우려
부산 수영구청 "새 업체 고용승계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회사 경영진의 횡령으로 27년 일해 온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14일 부산 수영구의 생활폐기물 청소대행업체 기업노조위원장 A씨는 이 같이 하소연했다.
A씨는 회사가 인건비를 횡령하는 동안 청소노동자들은 식대는 물론 장갑, 마스크, 수건 등 필수 소모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채 하루 12시간씩 작업에 나섰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와 동료들은 회사가 유령 인물을 내세워 용역비를 착복한 만큼 개인 할당량 이상의 업무를 도맡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노동자들은 회사의 용역비 횡령을 폭로하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수영구에 행정감사를 수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업체 경영진의 비리가 밝혀지자 청소노동자들은 졸지에 수십년간 일해 온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수영구에는 현재 두 곳의 생활폐기물 청소대행업체 소속 된 70여명의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 수거 등의 작업을 맡아오고 있다. 하지만 두 업체의 '대표'와 '상무'가 각각 용역비 횡령으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서 계약해지 처분을 통보받은 상태다.
다만, 수영구는 청소대행업체 '상무'가 범죄로 처벌받았을 경우도 계약해지 대상에 포함되는 지 여부를 상위기관인 환경부에 질의해 놓고 있다.
또 지역의 청소대행업체 독점을 막기 위해 수영구가 아닌 인접 지자체의 청소대행업체도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구는 이 공모참여 조건에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포함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고용승계' 조건을 법적으로 완전하게 보장하기 어려워 실제 고용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상황에 처하자 청소노동자 B씨는 수영구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B씨는 "직원들이 회사의 비리를 외부에 알리고 나서야 실태파악에 나선 수영구도 잘못이 있다"며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가 벌어진 일인데 왜 애꿎은 근로자들이 피해를 봐야만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C씨도 수영구의 '고용승계' 계획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타 지자체에서 공모에 참여할 경우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업체가 바뀔 수 있다"며 "고용승계가 100% 이뤄지더라도 근속연수나 퇴직금, 복지 처우 등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동안 청소노동자로서 겪는 각종 수모를 겪으면서도 가족이 있기 때문에 버텨왔다"며 "이마저도 계속 견딜테니까 지금처럼만 일할 수 있게만 해달라"고 읍소했다.
수영구 관계자는 "새 업체를 선정할 때 기존 청소근로자 모두를 고용승계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다는 게 가능한 지 여부를 세심히 살펴보고 있다"며 "최대한 근로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