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펄펄 나는 실리콘밸리‥갈라파고스 규제에 막힌 韓
2019.06.19 23:01
수정 : 2019.06.19 23:02기사원문
실리콘밸리는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다. 실리콘밸리의 한 차고에서 시작한 구글과 페이스북은 불과 10년 만에 대기업이 됐고, 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는 '공유 경제'를 전세계에 선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섰다.
반면 한국 유니콘 기업은 최근 8개로 늘었지만 아직 글로벌 기업은 탄생하지 못했다.
■美 유니콘에 데카콘도 '즐비'
19일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실리콘밸리 유니콘 기업은 176개로 전체 유니콘 기업의 49%를 차지했다. 미국은 반년 만에 유니콘 기업 16곳을 추가하며 저력을 보였다.
특히 실리콘밸리가 배출한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조원)도 즐비하다. 지난 4월부터 우버, 리프트, 핀터레스트 등이 상장했지만 위워크(470억달러), 에어비앤비(293억달러), 스트라이프(225억달러), 스페이스X(185억달러), 에픽게임즈(150억달러) 등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반면 한국의 데카콘 기업은 아직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낙점을 받은 쿠팡(10억달러)이 유일하다.
이들은 1조원 이상을 투자할 수 있는 대형 벤처캐피털(VC) 우군의 지원사격 속에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고속 성장을 지속하며 혁신을 지속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실리콘밸리는 혁신기업 씨앗을 일찍 알아보고 투자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아낌없이 밀어주는 VC 자본생태계가 존재한다"면서 "우버 초기 성장과정에서 수조원이 과감히 투자되지 않았으면 우버는 지금도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하는 작은 택시앱 서비스로 남았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2009년 창업한 우버의 지난 2017년 적자는 45억 달러(약 5조3334억원)에 달했지만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우버에 77억달러(약 9조1260억원)을 과감히 투자했고, 우버는 '하늘을 나는 택시' 우버에어나 완전자율주행차 등 과감한 혁신 기술 개발에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 실리콘밸리가 특별한 이유
실리콘밸리만의 창업 생태계는 끊임없이 유니콘 기업을 발굴, 성장, 배출한다.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남다른 안목을 가지고 글로벌 기업이 될 때까지 책임지고 투자하며 실패하면 재기를 돕는 VC △멘토가 대가 없이 기꺼이 아낌없이 도움과 조언을 주는 '페이 잇 포워드' 문화 △전세계 우수한 인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연쇄 창업하는 문화 △안 되는 것 빼고 모든 것을 다 도전할 수 있는 환경 등이 실리콘밸리에 뿌리내렸다.
실리콘밸리에는 '페이팔 마피아'와 같이 창업자, 경영자가 VC에 합류하면서 '스타트업 옥석'을 기가 막히게 골라낸다.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트위치 등을 키운 '스타트업 성공 보증수표' 와이콤비네이터와 같은 액셀러레이터(AC·투자육성회사)도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또 수 많은 연쇄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김유진 스파크랩 대표는 "한국의 연쇄창업은 아직 시드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실리콘밸리에는 4~7번째 창업가가 많고 이들은 인수합병(M&A)경험도 있고 실패한 경험등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스탠포드대학에서 유학한 김성준 렌딧 대표는 "실리콘밸리에는 자신이 받은 도움을 후배에게 기꺼이 펼치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면서 "실리콘밸리의 지속적인 창업의 배경에는 '페이 잇 포워드'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VC는 다른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경쟁자에게도 거침없이 투자한다. 실리콘밸리에서 개발자로 10년 넘게 일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한국은 1등이 있으면 2등에게는 투자하지 않지만 실리콘밸리는 아이디어를 보고 충분한 가치가 있으면 투자한다"면서 "우버가 있지만 리프트가 성장한 이유고, 결국 차량호출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과 싸우는 韓 스타트업
문재인 정부는 한국 유니콘 기업을 2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 금액이 3조5000억원에 육박하고 국내 AC가 최근 170개를 넘어서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는 차츰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정부가 과거에 만든 낡은 규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원조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 렌터카와 대리운전기사를 결합한 차차, VCNC가 운영하는 타다 등 대다수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모두 불법논쟁을 겪거나 현재 진행형이다. 우버, 리프트, 디디추싱, 그랩 등 일찌감치 유니콘 기업이 됐지만 한국 모빌리티 스타트업 중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은 한 곳도 없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 판로를 찾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유니콘 100곳에 국내법에 적용하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업은 30%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35곳은 아예 서비스를 할 수 없고 나머지 35곳은 규제비용이 많이 든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했을때 '한국에서 불법이라 해외로 나왔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지 않냐"면서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동시에 기존 규정을 지키면 불법이 되는 국내 규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