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붉은 수돗물' 18일째…거리로 나선 시민들
2019.06.16 18:06
수정 : 2019.06.16 22:01기사원문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인천시장과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즉각 공개 사과하라."
인천시 '붉은 수돗물(적수)'사태 18일째, 참다 못한 시민들이 박남춘 인천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인천 서구 수돗물 피해 주민대책위(준)는 16일 오후 5시 인천 서구 완정사거리 공원에서 '인천 서구 수돗물 사태 규탄집회'를 열고 인천시와 상수도사업본부의 즉각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는 너나들이검단검암맘·검단총연합회·인천서구평화복지연대가 구성한 인천 서구 수돗물 피해 주민대책위(준)가 마련했으며, 시민 2000여명이 동참했다.
주민대책위는 "지난 5월30일부터 발생된 인천 서구 수돗물 적수사태가 수습은커녕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적수사태 발생 18일째인 오늘까지도 시민들이 납득하고 인내할 수 있을 만한 인천시의 대책이나 지원책이 전무한 상태"라고 시와 상수도사업본부를 비난했다.
이어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상수도 사업본부는 아직도 '수질 적합하다'는 안내만 하고 있어 주민들의 피해와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가장 시급히 이뤄져야 할 생수 지원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주민대책위는 "인천시는 연일 미추홀 참물을 비롯한 생수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도대체 생수 지원은 왜 없냐’고 아우성"이라며 "학교급식, 유치원급식, 어린이집 급식도 엉망진창이고, 제대로 된 지침조차 없는 인천시와 교육청 때문에 수많은 학교들은 부실한 대체급식을 하거나 무리한 생수급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수돗물로 인해 지역 상권도 붕괴됐다고 주장했다.
주민대책위는 "수돗물이 불안한 주민들은 피해지역이 아닌 곳으로 피난을 가고 있고, 이로 인해 지역의 상권도 붕괴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태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인천시의 섣부른 설명과는 달리, 오히려 서구를 넘어 영종도, 심지어 강화도까지 피해지역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번 적수사태는 인천 서구만의 사태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주민대책위는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으로 알려진 검단, 검암 지역의 경우 18일째인 오늘까지 계속해서 수도 오염의 사진들이 지역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며 "이제는 적수가 아닌 검정 기름물의 공포가, 피부질환의 고통이 수많은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상황이 이러함에도 식수로 부적합하니 사용하지 말라는 안내조차 하지 않는 인천시의 속수무책에 재난사태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전무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어 "그동안 피해주민들은 사태수습이 먼저이기에 인천시와 합동조사단을 믿고 기다려 주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기다려줄 믿음도, 지금의 재난상황을 버틸 힘도 없다"며 "수돗물 재난사태에 있는 우리들은 더 이상 인천시와 상수도사업본부의 무능함을 믿고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민대책위는 이날 집회를 열며 Δ인천시장·상수도사업본부장은 즉각 공개 사과 Δ수돗물 식수로 사용 불가능 공지 Δ주민들 생수공급 및 전달체계 구축 Δ학교·어린이집·유치원·사회복지시설 급식 문제 해결 Δ수도세, 생수구입비등 피해 보상 약속 Δ사태수습 과정 및 향후 계획 공유 Δ재난지역 선포 및 중앙정부차원의 지원책 마련 Δ중앙정부 총괄 컨트롤타워 구축 Δ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를 위한 쇄신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인천에서는 지난 14일 기준 피해지역 학교 195개교 가운데 76.4%인 149개 학교(사립 포함)가 급식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구에서 111개교, 영종도에서 26개교, 강화도에서 12개교가 붉은 수돗물로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99개교는 생수(85개교)와 급수차(14개교)를 활용해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39개교는 빵, 음료수 등 대체급식을 제공하고 있고 11개교는 외부에 급식을 위탁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풍납취수장 일시 중단으로 팔당취수장의 물을 평소보다 많이 끌어오는 ‘수계전환’에 따른 수압 급상승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인천시는 영종 지역의 적수 원인은 '수계전환'으로 인한 것이 아닌 것으로 발표했지만, 영종 지역 신고 접수 10일만인 지난 13일 영종 적수사태 역시 수계전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입장을 번복해 시민들에게 비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