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나쁜 거 아는데"…니코틴 중독에 못 끊는 담배

      2019.06.20 08:00   수정 : 2019.06.20 09:16기사원문
서울 을지로에 설치된 흡연부스.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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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 2명 중 1명, 금연 도전했지만…'다시 흡연'
"금연 정책 한계 봉착"…성인 남성 흡연율 30% 아래로 가능할까

# "하아. 저도 제발 좀 끊고 싶어요, 담배 피우는 게 무슨 죄입니까?"

서울의 커다란 빌딩 뒤편 길가. 김모씨(34)는 담배를 한껏 빤 뒤 하얀 연기를 내뱉으며 이같이 말했다. 매년 습관처럼 도전하던 금연도 이제는 포기 상태다. 술만 마시면, 담배 연기만 맡으면 자신도 모르게 담배로 손이 갔다.

아무리 참아보려 해도 담배에 불을 붙이는 동료에게 "나도 한 개비만"이란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담배를 참기 힘든 것은 니코틴 중독 때문이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두 알지만 니코틴을 끊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금연에 도전했다가도 니코틴 때문에 다시 담배를 찾는다. 실제 흡연자의 절반가량이 금연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흡연자 2명 중 1명, 금연 도전했지만 실패

20일 통계청 '2018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의 흡연율은 20.3%다. 국민 10명 중 2명이 담배를 피우는 셈이다.

정부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담뱃갑에 혐오 그림을 넣고, 세금을 올리기도 했다. 금연자들을 위한 치료법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2017년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은 1479억8000만원으로 보건소 금연클리닉 사업 예산에도 385억4000만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치를 밑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록자 수는 2017년 42만4636명에 그쳤고, 6개월 이상 금연 성공률은 37.1%에 불과하다.

특히 금연을 시도하더라도 다시 흡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흡연자 중 금연시도를 해 본 사람은 47.3%에 달한다. 절반 가까이가 금연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지난 2017년 기준 38.1%에 달한다. 담뱃값이 인상된 지난 2015년(39.4%)과 비교하면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오히려 성인 여성 흡연율은 2015년 5.5%에서 6%로 더 높아졌다.

지난해에도 흡연율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기획재정부의 '담배 시장 동향'에 따르면 2015년 33억2680만갑이던 연간 담배 판매량은 2017년 35억2340만갑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엔 34억7120만갑으로 집계됐다. 올 4월까지 담배 판매량은 10억9050만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담배를 끊은 사람은 상종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며 "담배를 끊는 것이 어렵다면 대체할 것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계 봉착한 금연 정책…"정부 목표 달성 어려워"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성인남성 흡연율을 30% 아래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45년간 니코틴과 담배에 관해 연구한 사울 쉬프먼(Saul Shiffman) 피츠버그대학 교수는 "니코틴은 카페인과 유사하다"며 "금단현상이 있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담배가 건강에 유해하다고 알리는 다양한 캠페인과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10억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에도 흡연자가 여전히 10억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금연 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정책만으로는 흡연율을 낮출 수 없다는 분석이다.

공중 보건 사회 과학자인 제리 스팀슨(Gerry Stimson) 런던 위생 열대 의학 대학원 명예 교수는 "지난 15년간 세계 각국이 담배 규제를 통해 일정 수준의 성과를 올렸지만, 현재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본다"며 "금연 정책으로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다행이지만 중독된 사람에게는 대체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니코틴을 공급받지만, 흡연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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