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도 무거운 짐 번쩍..AI가 가져온 고용혁명
2019.06.20 18:07
수정 : 2019.06.20 20:27기사원문
일본 대기업 파나소닉(지분 69.8%)과 미쓰이물산(29.9%)의 합작법인(2003년 설립)인 이 업체 로비엔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올 법한 로봇들이 즐비했다. 대부분 현재 개발 중인 생산용 로봇이다.
회사 직원이 맥주 20병이 든 약 20㎏의 상자를 들어보라고 권했다.
노화로 보행이 불편한 노인들이 입기만 하면 걸어다닐 수 있는 입는로봇(개발코드명·히미코) 역시 현재 막바지 개발 중이다. '가제트 형사'의 만능 팔과 다리를 만드는 이 업체 후지모토 히로미치 사장은 "힘에 관한 한 여성이나 노인들에게 '장벽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출산·초고령사회로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일본의 현실을 반영한 기술개발이다.
특히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건설붐이 일어난 일본 건설현장에선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 당장 60세 이상 고령의 건설노동자가 나를 수 있는 시멘트 포대 개수가 달라진다. 1시간에 100개를 날랐다면 이 입는로봇을 착용하면 120개까지 나를 수 있게 된다.
자본금 4억7200만엔(약 51억5600만원)인 이 벤처기업의 판로개척은 대주주인 파나소닉과 미쓰이 몫. 2003년 창업 당시 갓 서른이던 후지모토 사장은 파나소닉 직원이었다. 일본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파나소닉 창업자)를 기려 '제2의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노려라'라는 사내벤처에 응모한 게 지금의 아토운 창업으로 이어지게 됐다. 일본의 혁신적 대기업과 창의적인 직원의 컬래버레이션이다. 15년간 입는로봇 기술개발은 그렇게 이뤄졌다. 그것이 인구감소와 맞물려 때를 만난 것.
업체 관계자는 모델Y뿐만 아니라 트랜스포머같이 생긴 생산용 로봇에 올라타더니 하나씩 시범을 선보였다. 향후 수년 내 시판할 제품들이다.
일본 내에선 이런 종류의 입는로봇(어시스트 슈트) 시장이 2020년엔 40억엔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불과 4년전인 2015년엔 채 20억엔도 되지 않았다. 인구감소로 일본에선 고령 근로자와 여성은 물론이고 소극적이기 짝이 없던 외국인 기술노동자의 이민 문호까지 활짝 열어놓는 등 인력확보전을 치르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줄기 시작한 일본 인구는 사망·출생 등을 합계한 자연인구 감소가 처음으로 40만명대(44만4085명)를 넘어섰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42로 한국(1.05, 2017년 기준)보다는 훨씬 높지만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초고령화(65세 이상 20% 이상)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70세 이상은 이미 전체 인구의 5분의 1(20.7%)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들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약 800만명(생산가능인구의 12%, 총무성 통계)에 달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국 대학에 AI인재 교육과정을 설치, 연간 25만명의 AI우수인재를 길러내겠다고 공언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직면한 일본으로선 4차 산업혁명이 생존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인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