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까지 뺏긴 에르도안 ‘경제난’에 흔들리는 장기집권

      2019.06.24 18:08   수정 : 2019.06.24 18:08기사원문
지난 16년간 터키를 지배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가 23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 때문에 크게 구겨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여당 2인자가 본선과 재선에서 모두 패한 뒤 일단 결과를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경제난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의 불만과 싸늘해진 민심을 다시 한 번 체감했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23일 보도에서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 결과 개표율 99.4% 기준으로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에크렘 이마모을루 후보가 54.0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 후보로 나선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는 45.09%의 표를 얻어 9% 포인트 차이로 뒤졌다. 이는 지난 3월 31일 치렀던 이스탄불 시장선거 당시 득표율 차이(0.2%포인트)보다 훨씬 커진 숫자다.


■요충지 이스탄불에서 또 져

이마모을루 후보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승리가 아니라 시작이다"라며 "나는 대통령과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같은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공식 결과로 볼 때 선거에서 이긴 이마모을루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CNN은 이번 패배를 두고 터키 내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AKP의 지배권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3년 총리 당선 이후 16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1994년에 이스탄불 시장으로 당선되며 본격적인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약 1500만명이 살고 있는 이스탄불은 터키 경제의 중심지로 2017년 기준 터키 국내총생산(GDP)의 31%가 이스탄불에서 나왔다. 외신들은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AKP가 전체 득표율면에서 14%포인트 차이로 CHP를 따돌렸지만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시장 자리를 CHP에 뺏겨 사실상 패했다고 평가했다.

■경제난에 여당 외면

유권자들이 여당에게서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경제였다. 취임 이후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를 강조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과 미국인 억류 등의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어 경제제재를 얻어맞았다. 유럽연합(EU)과도 친러시아 정책, 키프로스 천연가스 채굴권 분쟁 등으로 사이가 좋지 않다. 그 결과 터키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내내 위축세를 보였고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를 웃돌았다. 실업률 역시 13%로 10년 만에 최악이다.


미 싱크탱크인 독일마셜기금의 오즈구르 운루히사르시클리 터키 지부장은 AP통신을 통해 "이제 상당수의 AKP 유권자들이 당의 정책에 심각하게 불만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은 통합된 상황이지만 AKP는 이미 분열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에서는 벌써부터 보수신당 창당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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