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급증' 간경변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
2019.07.02 09:19
수정 : 2019.07.02 09:19기사원문
간 질환은 정상간→지방간→간경변→간암의 순으로 진행된다.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 배명애 박사팀은 세포 내 청소부 역할을 하는 ‘오토파지’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간섬유화(간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간경변 전 단계)를 막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일반적인 설치류 동물과 세포모델뿐만 아니라 제브라피시 모델을 이용한 전임상 시험에서 후보물질에 의한 지방간 및 간병변의 치료효과가 확인됐다. 제브라피시는 포유동물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수 있어 최근 전임상 시험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현재 국내외 3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관련 논문 2건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토트사이언스에 기술을 이전했다. 앞으로 한국화학연구원과 토트사이언스는 전임상 단계를 포함해 간경변 치료제 후보물질의 공동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간경변은 40대 남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간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5년간(2013년~2017년) 자료에 따르면 간경변 환자는 남성(250,495명)이 여성(150,456명)보다 1.6배 더 많다. 연령별 분포에서는 40대에 급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당수가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다,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기 어려워 초기에 효과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간경변 경구용 합성의약품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시판되는 간경변 치료제는 지방간(간경변 전단계)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간세포의 활성을 도와주는 보조치료제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자가 줄기세포제를 이용한 의약품이 임상실험 단계에 있으나 고가여서 경제적 부담이 크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후보물질은 오토파지를 활성화하여, 간경변 유발인자(IL-1beta, IL-6, TNF-alpha, TGF-beta, alpha-SMA)의 발현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그 결과 간이 딱딱해지는 섬유화의 진행을 억제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오토파지는 세포가 스스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소기관이나 구성요소 등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재생산하는 시스템이다. 그리스어 ‘auto(자신의)’와 ‘phagein(먹다)’의 합성어로 벨기에 생화학자 크리스티앙 드뒤브가 명명했다.
연구진은 제브라피시를 대상으로 지방간 축적 실험을 진행했다. 지방간 유발 제브라피시 치어에 신약후보물질을 투여하고 지방 특이적 형광 염색을 통해 분석했더니, 약물 농도(0.5µM→1µM) 증가에 따라 지방간 형성이 확연히 감소했다. 특히 신약후보물질 1µM를 투여했을 때에는 정상 제브라피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왔다.
또 간경변 유발 설치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간 섬유화가 현저히 감소됐다. 이에 대해 배명애 센터장은 “간 섬유화 억제 정도를 면역염색법으로 평가했더니, 약물 투여군에서 대리석 무늬처럼 생긴 흉터조직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상 2상 진입 전에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오토파지 활성으로 인해 간경변 유발인자가 억제된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오토파지를 조절하는 기전은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구진은 오토파지를 조절하는 후보물질의 작용기작을 규명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제브라피시 기반 유효성·안정성·약물성 평가서비스 사업’에서 도출된 초기 선도물질을 한국화학연구원 주요사업인 ‘신약개발플랫폼’으로 연계해 수행됐다.
한국화학연구원 김창균 원장 직무대행은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의 제브라피시 모델과 글로벌 신약플랫폼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돼 한국이 신약개발 연구 선진화를 이뤄내는데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