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사회책 수정 논란' 핵심은 정권 입맛 맞추는 교과서
2019.07.02 18:40
수정 : 2019.07.02 18:40기사원문
■교육과정 선반영이 원인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교육과정 개정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은 기술이 두번 달라졌다. '2009 교육과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2015년 교육과정 개편에서는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돼 있다. 2017년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또다시 '2015 교육과정'을 개정 수정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기술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용어를 놓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다투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시작으로 보는 관점이며, 대한민국 수립은 임시정부가 국민과 주권, 영토라는 국가의 3대요소가 부재한 탓에 1948년이 건국이라는 관점이다. 이에따라 박근혜 정부 당시는 '대한민국 수립', 문재인 정권은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10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문제는 2015년부터 2017년이다. 2015년 10월 박근혜 정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했고, 2015년 교육과정 개편에서도 정권 성향에 맞게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했다. 이후 2016년과 2017년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했다. 하지만 2016년과 2017년은 '2009 교육과정을 따라야 하는 시기다. 2015년에 개편된 교육과정은 2019년부터 도입해야 하지만 이를 미리 반영해 수정 논란이 거세다.
교육부는 지난 정부에서 집필 책임자인 박용조(진주교대) 교수가 '2009 교육과정'과 다른 내용을 부적절하게 수정해 생긴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집필진 교수가 교육부 동의 없이 단독으로 교과서를 수정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시 청와대 또는 교육부 고위 관계자의 개입없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6~2017년에 이뤄진 무단수정을 2018년에 적법하게 고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2018년에 실시한 것도 무단수정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관계자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정권 입맛 맞추기 지양해야
당초 논란이었던 2018년과 2019년 교과서 수정과 관련된 논란은 일단락날 전망이다. 교육과정 안에서 교과서 수정은 교육부 자체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2018년과 2019년 모두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일치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향후 정권교체 여부에 따라 교과서가 정권 입맞추기에 활용될 여기가 커진다는 점이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 교육부는 현재 초등학교 3∼6학년 사회·수학·과학 교과서를 검정으로 바꾸는 내용의 '초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이달 내 고시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월 이런 내용을 담은 '교과용도서 다양화 및 자유발행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추진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는 초등 3∼6학년 사회·수학·과학 교과용도서 65책을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초등 3∼4학년의 경우 2022년 3월부터 검정교과서를 쓰고, 초등 5∼6학년은 2023년 3월부터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과거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동이 초등학교 교과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정권에 따라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달라지지 않도록 심사과정과 집필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