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돌봄 대란' 현실로…"24년간 비정규직이다" 동맹 총파업 돌입(종합)
2019.07.03 15:57
수정 : 2019.07.03 15:57기사원문
"오늘은 김밥싸서 보냈는데, 내일은 뭐 싸줄지 벌써부터 걱정돼요"
민주노총 산하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노동자들이 3일 파업에 돌입하면서 '급식대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일부 학교는 급식 대신 빵과 우유를 제공했으며 일부는 개인 도시락을 지참하라는 가정통신문도 내려보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철폐,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들과 동맹 총파업에 나섰다.
이날 오전 경기도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도시락 가방과 쇼핑백 등을 들고 등교했다. 해당 학교는 지난주 금요일 '학교 비정규직노동자 파업으로 인해 급식 대신 빵과 주스 등이 나오지만 모자랄 경우를 대비해 가정에서 개인 도시락을 준비해 달라'는 안내문을 보냈다. 이 학교는 5일까지 단팥빵과 크림빵 등 번갈아가며 빵을 급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파업 의도는 이해하지만..."
학부모들은 주로 "파업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불편한것도 사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 김모씨(43)는 혹시 빵으론 부족할 아이를 위해 김밥을 도시락통에 싸서 보냈다. 김씨는 "도시락 싸줄 여력이 없는 주변 엄마들은 아침을 일부러 많이 먹여 보낸다고도 하더라"라며 "그 분들(학교 비정규직)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애들 밥은 먹이고 해야지, 매년 연례행사처럼 되는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문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그래도 빵보단 밥이 나을텐데…"라고 덧붙였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는 학부모 투표를 통해 전 학년 단축수업을 결정했다. 같은날 오후 해당 학교 앞에는 일찍 끝나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아이를 데리러 온 2학년 학부모 이모씨(37)는 "평소 같으면 학교수업 후 정문 앞에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원차들이 가득 찬다"며 "학원들이 보통 1시 이후에 문을 여는데, 오늘은 단축수업이라서 아이를 데리러 왔다"고 설명했다.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4학년 학부모 박모씨(41)는 "왜 이런 식으로 밖에 처우개선 요구를 못하는건지 모르겠다"며 "아이들 급식이 볼모냐"고 불만을 표했다.
적수(붉은 수돗물) 현상으로 지난달 대체급식을 실시한 인천시 학교도 다시 급식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인천 서구의 한 중학교는 지난달 적수현상으로 빵과 우유를 나눠주며 대체급식을 실시했다. 최근 급수차를 들여와 급식을 다시 재개했지만 파업이 시작되는 이날부터 사흘간 다시 빵과 우유로 대체급식이 진행된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교당 보통 3~4명의 조리사가 있는데, 한 명의 조리사가 100인분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처우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급식과 함께 대란을 겪을 것이라 예상됐던 돌봄교실의 경우 서울은 기존 교직원들이 대체로 투입되는 등 대부분 학교 측에서 대안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로는 전라북도 41곳, 강원도 39곳, 전라남도 30곳의 학교가 돌봄교실을 미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파악한 이번 파업 참여인원은 총 2만2004명이다. 전국 학교 비정규직(15만2121명)의 14.5% 수준이다. 파업으로 인해 대체 급식이 실시되는 공립학교는 총 2572개교다. 전국 학교가 1만438개교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공립학교의 24.64%가 이번 파업으로 급식에 차질을 빚었다. 745개교는 기말고사로 급식이 미실시되며 230개교는 단축수업을 실시키로 했다.
■"사회적 인식 바꾸고 법제화해야"
한편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등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비정규직 철폐, 공정임금제 쟁취를 요구하는 '학교비정규직 총파업대회'를 열고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는 약 4만명으로 주최 측은 추산했다.
안명자 교육공무직 본부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우리가 투쟁하는 이유는 임용시험을 거치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 정도 임금만 받으면 된다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에 우리는 교육공무직의 법제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건 대통령이 먼저 약속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에서 비정규직 철폐에 이어 세상의 비정규직을 없애고 싶다. 최저임금 1만원 만들어 내자"고 외쳤다.
학비노조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서 학교 비정규직 문제가 빨리 해결될 줄 알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면서 "학교 비정규직노동자로 24년 근무하는 동안 나는 여전히 비정규직"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학비노조의 사전집회 이후, 민주노총은 오후 3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 △차별 해소 △처우개선을 내걸고 동맹 총파업에 돌입했다.
총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은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교육기관의 비정규직으로, 대부분 공공운수노조와 민주일반연맹·서비스연맹 산하 노조에 조직돼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 참가자수 규모를 약 5만3000여명으로 추산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