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강제징용 판결 지연은 외교적 해결 시간 벌어준 것"
2019.07.03 17:16
수정 : 2019.07.03 17:16기사원문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61·사법연수원 14기·사진)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과 일본의 통상 보복'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강 부장판사는 우선 지난 2012년 대법원 판결부터 최근 일본의 무역 보복에 이르기까지 수년에 걸친 역사를 짧게 소개했다.
이듬해 서울고법은 대법 파기판결 취지에 따라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으로 올라간 사건은 무려 5년이 넘도록 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인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대법 판결이 나왔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 판결이 지연된 점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판결 이외의 외교적·정책적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어 준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법원이 국가의 외교적 문제를 염려해 불가피한 선택을 취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부장판사는 "'삼권분립상 사법부 판단을 한국 정부로서는 어찌할 수가 없다'라는 대응 방식은 대외적 외교관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며 "사법부도 한 나라의 국가시스템 속의 하나일 뿐이라고 외교 상대방은 당연히 간주하는 것이고, 그래서 양승태 코트 시절 그 같은 고려를 한 측면도 일정 부분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어떤 판결이 틀렸다, 옳았느냐는 지금 따져도 버스가 떠난 뒤라 별무(無)소용"이라며 "일본의 보복 정당성은 전혀 인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응책이 거의 없는 현시점에서 나라를 이끄는 리더들이 부디 지혜로운 정책결정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속히 하길 바랄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부와 외교부의 강제징용 사건을 둘러싼 의견 교류에 대해 "외교부는 외교 사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전달해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한 김영원 전 네덜란드 대사의 기고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