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맞대응" 이제야 칼 뽑았다
2019.07.04 18:06
수정 : 2019.07.04 19:38기사원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해 "수출규제는 명백한 경제보복"이라며 "일본에 상응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수준에서 '상응할 수 있는 모든 조치'로 대응 강도를 높인 것은 사실상 '맞불작전'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의 경제보복이 수차례 예고됐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정치권과 기업 등으로부터 '안이한 대응'이라는 뭇매를 맞았다. 여기다 일본의 규제가 이날 0시를 기해 발동됐고, 다른 분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보복조치는 국제법에 위반되기에 철회돼야 한다"면서 "만약 (수출규제가) 시행된다면 한국 경제뿐 아니라 일본에도 공히 피해가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그는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WTO 제소를 비롯한 상응한 조치를 다각도로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홍 부총리는 "해결이 안 되면 당연히 WTO 판단을 구해야 하기에 내부검토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서 "실무검토가 끝나는 대로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장비 등을 국산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관련 예산이 필요하다면 임시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반영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홍 부총리는 WTO 제소 결과가 나오려면 장시간이 필요해 국제법·국내법상 다른 강도 높은 조치도 강구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국제법이라든가, 국내법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수출규제나 경제조치) 상황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선 "관련기업과 소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이 중요하다"면서 "보복이 보복을 낳는다면 일본에도 불행한 피해가 될 것이기에 가능한 한 그런 단계까지 가지 않고 잘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이날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등 기업인들을 만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기업이 요구해왔던 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를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신성장 R&D에 대한 위탁연구개발비 인정범위는 보다 유연하게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소액수선비에 대한 감가상각 특례기준은 상향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기업의 요구 90여건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이달 안에 발표하고, 내달엔 정부예산안을 공표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 주 52시간과 관련해선 "내년부터 근로자 299인 이하 중소기업에도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선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겠다"면서 "내년 최저임금이 최대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되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