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ECB’ 비둘기파 무게… 유로존 국채수익률 내리막
2019.07.04 18:16
수정 : 2019.07.04 18:16기사원문
■라가르드 ECB, 비둘기에 무게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라가르드가 선장이 되는 ECB는 드라기의 ECB를 이어 온건 노선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라가르드가 IMF 총재 8년 동안 지켜 온 정책기조가 '성장지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드라기의 ECB보다 더 적극적인, 적어도 그에 버금가는 통화완화에 나서는 ECB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력한 차기 총재 후보였던 대표적인 매파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가 드라기 뒤를 이을 경우와는 완전히 다른 통화정책 구도가 펼쳐지게 되는 셈이다.
라가르드와 함께 2인1조처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합의해 지명한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에 대해 유럽의회 일부 반대여론이 변수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인준이 무사히 통과되면 라가르드가 8년간 선장을 맡게 될 ECB의 항로는 '온건'에 고정될 전망이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수석전략가 시마 샤는 "드라기의 혁신적인 통화정책 도입을 그가 지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라가르드가 비둘기 진영이라는 (시장의 판단은) 안전한 가정"이라고 말했다.
M&G 인베스트먼츠의 채권매니저 벤 로드는 "라가르드는 떠나는 드라기보다도 더 비둘기적인 성향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둘기파 라가르드 지명은 드라기의 부담도 줄여 통화완화를 좀 더 일찍 시작하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후임이 강경파여서 통화완화를 꺼릴 것으로 생각되면 임기를 석달 남겨둔 지금 새로운 정책기조를 잡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이르면 오는 25일 집행이사회에서 금리인하, 양적완화(QE) 등 통화완화가 결정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연내 0.2%포인트 금리인하 예상도 있다.
라보방크 애널리스트 린 그레이엄 테일러는 "라가르드 지명으로 드라기는 퇴임을 직전에 둔 오는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대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할 수도 있다"면서 연말까지 ECB가 0.2%포인트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 2년물 국채금리 모두 마이너스
ECB가 비둘기 성향을 이어갈 것이란 예상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 하락을 불렀다. 기준물인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마이너스(-)0.397%로 하루만에 사상최저치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독일 10만기 국채 수익률은 ECB에 돈을 맡기는 은행들에 ECB가 지급하는 이자율인 예치금리 -0.4%에 코앞까지 다가서게 됐다.
최근 마이너스로 떨어진 프랑스 10년만기 국채 수익률도 이날 더 떨어져 -0.1%를 기록했다. 유로존 각국의 2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이탈리아 국채까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모두 마이너스 상태를 기록하게 됐다. 이탈리아 국채는 라가르드 지명 외에도 포퓰리스트 연정이 당초 우려와 달리 EU 규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재정계획을 세워 EU와 대립을 피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기준물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2016년 말 이후 가장 낮은 1.6%로 떨어졌다.
미국과 영국 국채 수익률도 이날 더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명한 연준 이사 후보 2명 모두 금리인하를 지지하고 있어 연준의 통화완화 색채가 더 짙어질 것으로 기대되는데다 이날 미 서비스업지수가 2년만에 최저를 기록하고, 민간고용은 회복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제전망이 더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전날 마크 카니 영국은행(BOE) 총재가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 충격을 경고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져 국채수익률이 하락했다. 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2년반만에 가장 낮은 1.94%, 10년만기 영국 국채는 수익률이 0.69%로 떨어졌다. 채권수익률 하락 흐름 속에 전세계 57조규모 채권시장의 평균 채권수익률은 이제 1.67%에 불과하다고 FT는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