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에 분열된 미국...트럼프 지지-반대 극한 대치

      2019.07.05 15:25   수정 : 2019.07.05 15:25기사원문
당파를 넘어서 모든 미국인의 축제로 이어져왔던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가 올해는 분열의 장으로 변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D.C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획한 기념일 행사 '미국에 대한 경례'를 놓고 정치권에서의 찬반 격론이 오갔으며, 행사 당일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시위로 대치 상황으로 치달았다.

■수도에서 군사장비 도열한 트럼프
제243주년 독립기념일이었던 이날 오전부터 워싱턴 D.C는 각주에서 온 수천명의 국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저녁에 폭우가 예고돼 있어 습한 날씨였지만 국민들은 거리에서 다양한 축제 의상과 함께 성조기와 대형 풍선을 들고 행진하며 독립기념일을 자축했다. 하이라이트는 저녁에 열린 기념식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브랜드라는 도장이 찍힌 듯한' 기념식인 '미국에 대한 경례' 행사가 이어졌다고 표현했다. 기념식이 열린 링컨기념관 주변에는 며칠 전부터 미군의 주력 군사장비인 에이브럼스 탱크와 브래들리 장갑차 등이 도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가 시작되자 축사를 비롯해 행사 소개에도 직접 나섰다. 대통령이 특별 연설을 하자 상공에 에어포스 원과 F-35, F-18 등 최신 전투기들이 축하비행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 시간 가량 대중 연설을 통해 "하나된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위대한 미국의 자유의 미래는 그것을 수호할 의지를 가진 미국인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 군대를 축복하고 미국을 축복하라"고 말했다. 또 50년 전 달에 착륙했던 역사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곧 화성에 성조기를 꽂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후 불꽃놀이가 포토맥 강변에서 지난해 2배 규모로 30여분간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독립기념일에 군사를 동원한 퍼레이드를 기획했으나 좌절된 바 있다.

■민주당 "혈세 낭비" 비난···일반인도 갈려
이번 기념식은 사전부터 야당인 민주당과 언론으로 부터 "2020년 대선 재선을 위한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간 독립기념일 행사가 당파성 없이 미국인 모두의 축제로 치러져 왔고 현직 대통령이 연설에 나선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CNN은 민주당 대선주자 중 한명인 버몬트주의 버니 샌더스 의원이 "솔직히 워싱턴 D.C. 시내에 탱크를 집어넣기 위해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독재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카멜라 해리스 상원의원 역시 "대통령은 이날이 자신의 생일이 아니라 미국의 생일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이번 행사를 비판하는 소리가 나왔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했던 미시간주의 저스틴 어마시 하원의원은 워싱턴포스트에 논평을 통해 "오늘 나는 나의 독립을 선언하며 공화당을 떠난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번 독립기념일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극렬한 대치도 벌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 인근에는 100여명의 반 트럼프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하는 '베이비 트럼프' 대형 풍선을 설치하고 "트럼프, 영국, 파시스트 미국" 등 여러 구호를 번갈아 외쳤다.
이날 오후 5시경에는 백악관 인근에서 반 트럼프 시위대가 "미국은 결코 위대하지 않다"라고 외치며 행진하던 도중 10여명이 성조기를 불태우고 트럼프 지지자들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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