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부해''비밀의 숲' 만들고도 적자..알고보니 기업사냥꾼이 인수후 주가조작
2019.07.05 18:05
수정 : 2019.07.05 19:34기사원문
코스닥에 상장된 연예기획사를 무자본 인수하고 주가를 조작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기업사냥꾼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오현철 부장검사)는 연예기획사 씨그널엔터테인먼트(씨그널)의 대표이사 김모씨(48)와 사내이사 홍모씨(49)를 자본시장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또 회사 매도인 장모씨(50)와 매수대리인 한모씨(49)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일당은 지난 2015년 9월 코스닥 상장사 씨그널을 무자본으로 인수했다. 무자본 인수란 자기자본 없이 돈을 빌려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을 일컫는다.
김씨는 저축은행 대출 40억원, 사채 62억원 등 총 112억원을 활용해 해당 회사의 지분 16.15%를 장씨로부터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장씨는 김씨 일당이 무자본 인수를 진행 중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오히려 주식 담보 대출금 마련을 돕기 위해 잔금 지급 전 주식을 미리 입고시켜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씨 일당은 주가 조작을 위해 마치 중국 투자회사가 해당 회사를 인수하는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제작·배포했다. 하지만 이들이 언급한 중국 투자회사는 국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의 중국자회사일 뿐 연예기획사 투자와는 전혀 무관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1905원 수준이던 해당 회사의 주가는 허위 보도자료 배포 이후 3300원으로 뛰어올랐고, 김씨 일당은 17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2015년 당시 중국에 불었던 한류열풍으로 인해 중국 투자회사의 씨그널 인수가 주식시장에서 큰 호재로 평가받았던 탓이었다.
이후에도 김씨는 씨그널을 직접 경영했다. 씨그널은 '냉장고를 부탁해', '비밀의 숲' 등 인기 TV프로그램을 제작했지만 적자가 이어졌다. 김씨는 이를 숨기려 '대형 간접광고(PPL)를 수주했다'는 등의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매출을 부풀리기도 했지만 회사는 지난해 결국 상장폐지됐다.
이들의 범죄행각은 금융위원회의 고발로 덜미가 잡혔다. 검찰 수사 결과 김씨 일당은 앞서 수차례 무자본 기업 인수를 일삼은 전문 기업사냥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의 긴말한 협조를 통해 무자본 기업인수의 실체를 규명하고 회사 경영진의 주가조작 사실을 적발할 수 있었다"며 "향후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