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 116경원 있다"며 수십억 챙긴 사기단…2심도 실형
2019.07.06 09:01
수정 : 2019.07.06 10:05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박승희 기자 = 우리나라 올해 예산의 2000배가 넘는 '116경원'을 상속받은 재력가 행세를 하며 수십억원을 가로챈 사기단에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씨(63)와 임모씨(55·여)에게 1심과 같이 징역 6년과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5명에게는 최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서 최대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이씨 등은 "해외에 거액의 상속 자금이 있는데 국내에 들여 오려면 세금 및 비용이 필요하다. 자금을 현실화할 수 있게 경비를 빌려주면 원금의 2~1000배를 돌려 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2015~2018년에 걸쳐 총 6명으로부터 28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자신이 820조 파운드(한화 약 116경원)를 상속받은 재력가로, 자신의 계좌는 '월드뱅크'(국제 구호 기금을 조성하는 유엔 산하 기구)가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범 임씨는 '10조원의 황실 자금 상속자'로 행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과 공모한 다른 피고인들 5명은 재단 관리자, 국정원 직원 등 행세를 하면서 이씨와 임씨의 '해외 상속 자금'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1심은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들을 속여 거액을 편취한 범행의 경위 및 기간, 피해 액수에 비춰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며 주범인 이씨와 임씨에게 각각 징역 6년과 4년을 선고했다. 공범들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징역 5년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기 범행으로 피해자들의 경제 상황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이는 등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은데도 항소심에 이르러서도 '해외 자금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가담 정도와 반성 여부 등을 고려해 일부 피고인에 대해서는 감경(징역 2개월~4개월)된 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항소심 법정에서도 가짜 수표와 해외 은행 명의 잔고 증명서, 미국 연방준비은행장이 줬다는 코인 등을 들이밀며 "상속 자금이 실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명서에 철자가 틀린 영어 단어가 적혀있다는 등 이유로 증거의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피고인들 전원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 상고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