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없는 살인사건’ 고유정 재판 ‘계획범죄’ 입증 관건
2019.07.06 16:28
수정 : 2019.07.06 17:15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전 남편(36)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은닉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에 대해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가 오는 15일 정식 심리에 앞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측 입장과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 계획을 세우는 공판준비절차에 들어간다.
■ 고유정, 10차례 검찰 소환조사 진술 거부
이번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고유정의 계획범죄 입증여부다. 검찰은 구속기간동안 고유정에 대해 10회에 걸쳐 소환조사에 나섰으나, 경찰조사에서부터 줄곧 주장해온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고 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된 것"이라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할 뿐, 범행 동기와 방범 등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했다.
고유정은 자신의 범행 동기를 입증하기 위해 범행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추정되는 오른손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했다. 또 자신의 허벅지와 왼팔에 난 상처도 증거보전 신청 목록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넘게 피해자의 시신을 찾지 못하면서,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됐다는 점도 고유정에게 유리하다.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되면, 부검을 하지 못해 구체적인 범행수법과 사인을 밝혀내는 것이 어려운데다, 법원의 선고가 달라질 수 있다.
■ 시신 못 찾아 범행수법·사인규명 걸림돌
또 고유정이 진술을 번복할 수 있는데다, 전 남편을 살해한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시신 일부라도 끝까지 찾아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고유정에 적용된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유정의 범행을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으로 규정하고 논리를 펴나간다는 방침이다.
고유정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는 고유정의 치밀하고 계획적인 범행 정황이 고스란히 나와 있다. 검찰은 지난 5월 9일 전 남편과 아들 면접교섭권을 다툰 재판에서 패소한 게 재혼생활에 불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다음 날부터 ‘살인도구’, ‘졸피뎀’, ‘무인펜션’, ‘혈흔’, ‘뼈의 무게’, '여객선 갑판' 등 범행계획과 관련된 단어를 검색한 기록을 확보했다.
■ 졸피뎀·무인펜션·여객선 갑판…검색 기록
피해자의 유전자가 발견된 흉기 등 확보된 증거물도 89점에 달한다. 고유정이 전 남편과의 만남을 앞두고 고유정은 졸피뎀을 구입했으며, 사체 훼손을 위한 도구와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한 청소도구까지 준비해뒀다고 검찰은 밝혔다.
범행 후,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다 행방을 감춘 것처럼, 전 남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문자를 조작했다는 정황도 제시했다. 검찰은 또 고유정의 다친 오른손 등도 ‘방어흔’이 아닌 ‘공격흔’과 ‘자해흔’으로 보고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유정의 주장을 일축했다.
고유정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과 사체손괴·은닉이다. 검찰은 지난 1일 20일 동안 진행된수사를 마무리하고 고유정을 재판에 넘겼다.
■ 국민 공분 확산…손 뗀 고유정 변호인단
고유정 잔혹한 범죄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도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4일 고유정에 대해 사형선고를 촉구한 국민청원에 대해 "청원인의 호소대로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질 지 향후 재판을 지켜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 ”초동수사 부실 부분에 대한 경찰의 약속이 잘 지켜도록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고유정 사형 촉구 청원은 지난 6월7일에 시작돼 17일 만인 같은 달 23일 오후 답변기준 동의수인 20만명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청원 동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편 고유정은 재판을 앞두고 검찰의 증거를 반박하기 위한 논리를 제시하기 위해 5명의 변호인단을 꾸리기도 했다. 변호인단에는 형사소송법 관련 논문을 다수 작성한 판사 출신의 변호인과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변호인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은 일괄 사임계를 제출했다. 고유정 변호를 맡았다는 언론 보도 이후 쏟아진 비난 여론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고유정이 재판을 앞두고 또 다른 변호인단을 구성하지 못하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국선변호인이 사건 변호를 준비할 수도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