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인가 얼리어답터인가, 해외 브랜드 폭발적 관심 뒤에 숨은 것
2019.07.08 14:45
수정 : 2019.07.08 14:45기사원문
호구인가 얼리어답터(새로운 제품 정보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접하고 알려 트렌드를 주도하는 소비자)인가?
한국에 상륙한 해외 브랜드가 연일 문전성시를 이뤄 화제다. 삼청동에 2호점을 낸 블루보틀, 미국에서 인기를 끈 햄버거브랜드 팝업매장, 전국 외식업계를 뒤흔든 대만식 식음료점 등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폭발적 인기를 모으는 브랜드가 적지 않다.
8일 오전 찾은 블루보틀 삼청동 매장 앞엔 개장 한 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영업을 시작한 5일부터 연일 이어지는 진풍경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발길을 멈춘다. 이전에 블루보틀을 알지 못했던 이들도 대단한 브랜드냐 되묻기 일쑤다. 연예인 등 유명인을 통한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빚어지는 이 같은 현상은 마케팅 업계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인기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5월 문을 연 성수점이 개장 첫 달 내내 한 시간 이상씩은 줄을 서야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블루보틀의 인기가 과장된 게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커피를 소비하며 카페브랜드 시장규모가 세계 3위에 이르는 커피강국 한국에서 신규 브랜드에 지나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루보틀 성수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바리스타는 “블루보틀이 표방하는 ‘본연의 맛에 집중한 신선한 로스팅’은 한국에서 더는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이미 한국엔 자기만의 철학을 갖고 커피를 연구하는 바리스타가 적지 않은데 블루보틀에만 쏟아지는 관심을 보고 있자면 그런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해외 브랜드에 대한 높은 관심은 블루보틀에 한정되지 않는다. 미국 햄버거 3대장이라 불리는 인앤아웃 팝업매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22일 서울 역삼동에 깜짝 문을 연 인앤아웃 팝업매장엔 새벽 7시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한정수량인 250개가 아침 일찍 동이 나 발길을 돌리는 이도 여럿이었다.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햄버거 3대장으로 꼽히는 쉐이크쉑도 마찬가지였다. 쉐이크쉑이 지난 2016년 강남대로에 첫 매장을 열자 3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도 500m 넘는 줄이 이어져 화제가 됐다.
대만식 흑설탕 밀크티를 판매하는 타이거슈가 홍대본점과 강남점에도 주말마다 한 시간 가까이 줄을 서 밀크티를 받는 이들이 몇달 동안 장사진을 쳤다.
해외 브랜드에 대한 폭발적 관심은 한국에서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업자에게 박탈감을 안기기도 한다. 블루보틀 현상에 대한 의견을 물으려 찾은 개인카페 사업자 여럿이 비슷한 감정을 토로했다. 그 가운데 한 명은 “블루보틀은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한다고 하는데 소비자들은 맛보다는 이미지를 마시는 것 같다”면서 “요즘같아선 해외에서 특이한 아이템을 들여오는 게 한국에서 내실을 키우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