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화수소 北반출 근거없는 주장 중단하라" 日에 경고

      2019.07.10 01:05   수정 : 2019.07.10 01:05기사원문
일본이 문재인 대통령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 및 성의 있는 양자협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가운데 9일 우리 정부는 일본이 제기한 불화수소 북한반출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을 즉시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지난 1일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 품목에 대한 기습적이고, 이유가 명확지 않은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밝힌 이후 양국 정부는 서로 반박에 재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당분간 압박 수위를 높인다는 계산이어서 양국 간 긴장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강제징용 관련, 우리 측에 요청한 중재위원회 설치 답변 시한인 18일을 기점으로 일본의 추가 보복조치도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국제공조와 물밑접촉을 이어가면서 일본과 직접상대 이외의 우회적 물꼬를 만들고 있다.


정부는 이날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일본 수출규제'를 긴급의제로 상정, WTO 협정 및 G20 정상회의 의장국 선언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임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우리가 요구한 한·일 양국 전략물자 담당국 간 양자협의는 오는 12일께 도쿄에서 열리는 쪽으로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 일본의 부당조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정을 요청하는 국제공조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정치 문제로 촉발된 한·일 분쟁이 대북제재 위반, 전략물자 수출통제 등이 연결된 복합 이슈인 만큼 장기화에 대비한 신중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성윤모 "北반출 日 주장 근거 없어"

성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당초 계획에 없던 브리핑을 갖고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불화수소가 북한을 포함한 유엔 결의 제재대상국으로 유출되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이 국제규범을 위반한 수출제한 조치를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 및 유엔 대북제재 이슈와 엮어 본질을 훼손하려는 의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의 의혹 제기가 거짓임을 확인했으나,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일본 측에 책임을 묻는 등 어떠한 후속조치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성 장관은 "전략물자의 북한반출 문제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관한 사안이다. 일본측 관계자의 근거 없는 의혹제기는 한국의 전략물자수출통제제도를 높이 신뢰하는 국제사회의 평가와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장관은 "관련기업들이 전략물자수출통제와 관련한 국내 법령에 따라 수출허가를 받고, 최종 사용자 보고 등 각종 의무도 적법하게 이행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WTO 긴급논의-양자회의 등 가시화

정부가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고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국제공조의 물꼬를 트고 있다.

정부는 9일(현지시간) WTO 제소를 앞두고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일본의 부당한 수출통제 조치를 추가 의제로 긴급상정,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공론화했다. WTO 이사국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부는 "일본은 정치적 동기에 따른 부당하고 근거 없는 무역제한 조치를 취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과 양자협의도 논의 중이다. 일본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은 실무회의 수준으로 격하해 우리 측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고, 우리 측은 이를 WTO 규정에 따른 양자협의 전단계 수준으로 간주한다는 판단이다. 양국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12일께 도쿄에서 양국 전략물자 관련 산업담당이 일단 처음으로 마주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양국 기조가 명확히 다른 이상 회의 내용에서 성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성 장관은 "일본이 이번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게 된 사실 확인과 우리 쪽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일본(당국)과 만나려 하는 것이다.
다만 상대방이 있고, 아직도 공식적인 의견 조치가 안 나와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한 모든 대안을 저희들이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