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매운동에 몸 낮춘 '혼다'…토요타·렉서스는 '자신감'
2019.07.10 07:00
수정 : 2019.07.10 09:21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걱정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죠."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일본차 브랜드들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관계 악화 영향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혼다, 인피니티 등은 실제 고객 문의 감소 등 이번 사태의 여파가 실질적으로 느껴진다고 밝힌 반면, 토요타·렉서스는 아직까지 직접적 영향은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 9일 오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판매일선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일본차 브랜드 전시장이 밀집한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수입차 거리를 찾았다. 이 곳에는 토요타, 렉서스, 혼다를 비롯한 일본차 브랜드들을 비롯해 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차 브랜드들도 입점해 있어 이번 사태와 관련된 전반적인 업계 반응을 살필 수 있었다.
이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혼다 서초전시장이었다. 혼다 전시장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이번 사태가 터진 이후 실제 구매 문의가 평소보다는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실제 계약한 분들 중에서도 이번 일본규제 영향으로 취소한 고객들도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인피니티 서초전시장에서도 이어졌다. 인피니티 전시장 관계자는 "고객문의가 평소보다 20%는 줄어든 것 같다"며 "브랜드 특성상 사전계약이 많지 않아 구매취소까지 이어진 경우는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렉서스와 토요타 등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온라인에서는 불매운동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찾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토요타 서초전시장 관계자는 "고객들의 우려는 있지만 성능과 그에 맞는 가격대를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사태로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렉서스 서초전시장에서는 아예 취재에 응하지 않아 정확한 현장 분위기를 들을 수 없었다. 렉서스 전시장 관계자는 "본사와 협의했는데 민감한 사항이라 취재 응대가 어렵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이날 렉서스 전시장을 방문한 A씨(63·여)는 "일본차 타면 김치 테러한다고 하는데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생각한 가격대와 성능을 고려하면 원래대로 구매해야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닛산 서초전시장에서도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닛산 전시장 관계자는 "언론에서만 떠들지 않으면 구매문의 감소나 실제 계약취소 등 별다른 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수출규제 관련 현장에서 느낀 판매영향은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봤다. 혼다 전시장 관계자는 "과거 한일관계가 안좋았을 때보다는 한시적으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이 사태가 지속되면 신규 고객 창출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브랜드들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지만, 일본차 브랜드(토요타·렉서스·혼다·닛산·인피니티)는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다.
특히 렉서스는 상반기 일본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8372대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33.4% 급증한 수치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신차 판매도 활발한 상황이다. 토요타는 최근 중형 SUV 라브4의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했고, 닛산은 알티마 완전변경된 신형 알티마를 이달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독도문제로 일본차 브랜드들의 판매가 급감한 시기가 있었다"며 "시대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분명 신규 수요 창출 속도가 줄어드는 등 가시적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