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규제 후 첫 수요집회..."日경제 보복은 후안무치"(종합)
2019.07.10 17:09
수정 : 2019.07.10 17:09기사원문
"일본 정부는 과거사를 인정하기는 커녕 괘씸한 행동만 일삼고 있다!"
장마를 앞두고 후텁지근한 여름 열기가 올라오는 10일 정오. 1935차 수요집회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는 일본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처음 열려,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시민 300여명이 참여했다.
■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日에 배상하라 왜 말 못하나"
일본 정부는 앞서 지난 1일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관리 우대 국가 목록)'에서 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시민들은 이날 '식민범죄 사죄 없이 경제 보복하는 일본정부 규탄' '화해치유재단 해산 환영'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수요집회에 모여 뜻을 모았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최근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보복은 상대에게 해를 가했을 때, 그대로 상대방이 해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은 일본 정부에 해를 가한 게 아니라 과거를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대학교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세움도 "일본 정부는 지금껏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제 보복조치를 하는 것은 후안무치의 전형"이라고 비판 입장을 밝혔다.
집회 현장에서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항해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6월 17일, 화해치유재단 해산으로 이제야 2015년 12월 27일로 돌아가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며 "남은 건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는 "15살에 큰 길에 나갔다가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가 위안부로 불리게 됐다"며 "15살, 철모르는 시절에 좋은 대접을 받기는 커녕 총질 칼질 매질을 당했다"며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할머니는 말씀하는 도중 흐르는 눈물에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이어 이 할머니는 "우리가 고통받고 왔는데 왜 배상하라는 말을 (일본에) 못 하느냐"면서 "아베 (일본 총리)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우리 한국을 업신 여기고 선택을 압박한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를 향한 분노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도 함께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영웅태권도 체육관 소속 학생들은 욱일기를 격파하는 퍼포먼스를 보이자 참가자들은 다 같이 함성을 질렀다.
■ "日경제보복, 최종 목적지는 평화 헌법 개정"
이후 집회를 마친 대학생 모임 평화나비네트워크를 비로한 대학생 50여명은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집회 장소부터 탑골공원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정기 수요집회가 열린 일본대사관 앞에서 부터 안국역, 탑골공원, 종각역을 거쳐 다시 평화의 소녀상 앞까지 행진했다. 행진에 참여한 청년들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태희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행진에서 "일본 정권은 경제보복을 통해 동북아 대결을 조장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는 법적 책임을 이행하고 하루빨리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김민주 평화나비 서울여대지부장은 "아베 총리는 7월20일 참의원 선거 지지율을 얻기 위해 만만해 보이는 한국을 공격하고 있다"며 "선거를 통해 전쟁 가능한 국가를 꿈꾸는 야욕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진에 참여한 손솔 민중당 인권위원장은 "G20의 주요 아젠다인 자유무역에 반하여 보호무역으로 돌아가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베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며 "일본 정권은 경제보복으로 국제 관계를 어그러뜨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제 질서의 흐름에 반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자들은 행진이 끝난 후 일본대사관에 보복성 수출규제와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이용안 전민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