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추모탑 표절 논란에 원작자 나상옥씨 "광주 모독"
2019.07.11 12:10
수정 : 2019.07.11 13:19기사원문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광주 북구 운정동의 5·18민중항쟁 추모탑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원작자 나상옥 조각가는 고소 건과 관련해 "광주시민 전체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씨는 11일 뉴스1과 통화에서 이동일 부산대 명예교수가 5·18민중항쟁 추모탑이 자신의 작품을 모방했다고 주장하며 고소한데 대해 "절대 표절이 아니다. 뭔가 오해나 착오가 있는 것 같다"며 "고소인이 내가 5·18 명예로 돈을 벌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5·18과 광주 전체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동시대를 사는 작가들이 비슷한 작품을 내놓을 순 있다. 하지만 1995년 당시 인터넷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유출을 하고 표절을 했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씨는 "지리산이나 무등산을 주제로 작품 공모를 한다면 주제가 같기 때문에 비슷한 형태나 모형이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작가가 그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씨는 표절 시비와 관련해 "닮았다, 안 닮았다를 떠나 본질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질은 완전히 다르다. 그 분의 작품 도안은 추모탑이 수직으로 일직선인데 우리는 피라미드형으로 점차 좁혀 들어간다. 또 추모탑 상부에 다이아몬드 부분과 안의 원형도 '감싸안는다'는 의미에서 손의 형상을 본 떴다. 다이아몬드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이아몬드 조각 안의 원형이 아닌 타원형인 점이 다르고, 우리나라 전통 석조물인 당간지주를 현대감각에 맞춰 불교적 의식을 가미한 것이 다르다"며 "형태가 비슷하다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같은 게 아니다. 그래서 본질을 봐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씨는 "개인작품이 아니라 5·18과 연관된 작품이 이런 불명예스러운 일에 연루돼 너무 가슴 아프다"며 "1995년 당시 '5월조각회'에서 7~8명의 작가 등이 모여 만든 순수한 작품이 모욕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이동일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명예교수는 5·18민중항쟁 추모탑이 자신의 작품을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난달 1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사건은 관할인 광주 북부경찰서로 인계돼 현재 나상옥 조각가를 비롯해 건축사무소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고소장 등에서 지난 1995년 조형물 공모전 대리접수를 위해 건축사무소 업자에게 건넨 투시도를 추모탑 원작자로 알려진 작가가 베꼈고, 이를 뒤늦에 확인해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