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탓에 잠을 못자요”..경마장 주변 몸살
2019.07.15 16:30
수정 : 2019.07.15 16:34기사원문
15일 오전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 인근 경마공원역 1번 출구 앞 주변에는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로 가득했다.
‘10경주 100,000원’ 등이 쓰여있는 경마 티켓이 널부러져 있고 한쪽에는 먹다 버린 참외가 굴러다니기도 했다. 경마 경기가 열리는 금∙토∙일요일을 거쳐 맞이한 월요일. 경마장 주변은 쓰레기로 시름을 앓고 있었다.
렛츠런파크 서울은 1989년에 개장해 최대 7만여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전국 3곳의 경마공원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매출액은 7조원 수준이었다.
■”쓰레기∙노상방뇨, 전날 흔적 그대로”
경마 경기가 열리는 주말이면 경마공원역 인근 보행로는 포장마차로 북새통을 이룬다. 거리에는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경마장 이용객들로 북적인다. 이 때문에 경마가 열리는 주말이 지나면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 있다. 지하철역에서 만난 한 미화원은 “지하철역과 경마공원 사이의 길은 누구의 관할도 아니기 때문에 청소가 제대로 안 된다"며 "이 구역만 따로 청소 인력을 충원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의 원성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근에서 40년 이상 거주한 김모씨(65)는 “경마장 이용객들이 동네 텃밭까지 들어와서 담배꽁초를 버리고 노상방뇨를 한다. 상추도 못 심어 먹을 판”이라며 “최근 야간 경마를 시작한 탓에 정도가 더 심해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주민 이모씨(73)도 “주민들끼리 월요일 아침마다 돌아가면서 쓰레기를 치우는데도 더럽다”며 “마사회가 해줘야 할 일을 우리가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시내 화상경마장인 '렛츠런 문화공감센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시간 센터 영등포지사 입구 바닥에는 노상방뇨한 흔적과 막걸리 등 전날 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퀴퀴한 냄새는 행인들의 코끝을 찔렀다.
■화상경마장 주변도 쓰레기·악취에 고통
주민 이모씨(64)는 "화상경마장을 방문하는 사람 수는 줄었지만 피해는 여전하다"며 "경마가 열리는 날은 매일이 소란인 데다 누워서 자는 사람, 취해서 소리 지르는 사람까지 있다"고 전했다.
영등포지사는 지난 1996년 3월 개장했다. 전국 30개 화상경마장 중 가장 큰 규모로 5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자이브 댄스, 중국어 등 문화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해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려 하지만 경마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했다.
동대문지사 앞에도 주말과 휴일을 맞아 화상경마장을 방문했다는 남자 2명이 바닥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이중 1명은 바닥에 드러누워 “내 돈 돌려내”라고 외치고 있었다. 동대문지사 옆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문모씨(68)는 매주 토요일을 가장 견디기 힘든 날로 꼽았다.
그는 “경마장에 온 사람과 토요일에 열리는 통인시장까지 겹쳐 취객과 노숙자가 득실거린다”며 “화상경마장에 온 사람들을 위한 불법 포장마차도 거리를 가득 채우는데, 거기서 나오는 쓰레기는 전부 거리에 버려져 악취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쓰레기 등 경마장 환경 오염 문제가 불거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화 인력 충원 등으로 예전보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면서 "요즘은 민원이 많이 줄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 윤은별 강현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