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반도체 전문가 "수출규제, 일본정부 스스로 무덤판다"

      2019.07.18 13:37   수정 : 2019.07.18 14:01기사원문
일본 현지에서 반도체 전문가로 알려진 유노가미 다카시(Takashi Yunogami) 미세가공연구소(微細加工研究所) 소장(사진=유노가미 다카시 페이스북) © 뉴스1


유노가미 다카시가 직접 쓰고 2013년 국내에 번역되어 출판된 '일본 전자·반도체 대붕괴의 교훈' © 뉴스1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일본에서 반도체 기업 엔지니어와 대학 교수로 30여년간 활동해온 반도체 분야 전문가 유노가미 다카시(Takashi Yunogami) 미세가공연구소(微細加工研究所) 소장이 최근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꼴"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에 직면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기업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일본산 소재의 비중을 낮추고 대체재 확보와 국산화에 박차를 가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본 기업이 입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노가미 다카시 소장은 반도체 분야 전문외신 EE타임스(EETimes) 일본어판에 지난 10일 게재한 '한일 무역전쟁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기고글을 통해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핵심 화학물질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글로벌 전자 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있어 심각한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4일부터 자국 기업들이 한국에 수출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에 대해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기존에는 이 제품들이 포괄수출허가로 국내에 도입됐지만 앞으로는 개별수출허가로 바뀌어 각 기업들이 수출을 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유노가미 소장은 "이러한 수출 통제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기업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이에 대한 반발이 일본 정부를 강타하고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the Japanese government is digging its own grave)"고 강한 어조로 아베 정부를 비판했으며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유노가미 소장은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최신 기술인 7나노 EUV(극자외선) 공정에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전자의 EUV 양산 공정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는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출하에도 영향을 미쳐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에칭가스'로도 불리는 불화수소의 원활한 공급이 막힐 경우 한국이 세계 1위를 점유하고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다. 특히 유노가미 소장은 "삼성전자의 서버용 SSD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들에게 납품된다"면서 "만약 서버용 SSD 제품 공급이 어려워질 경우 이들 클라우드 업체들은 삼성전자가 아닌 일본 정부를 비난할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 기업들이 일본산 불화수소를 중국, 대만 등 다른 나라에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유노가미 소장은 일본 기업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과 대만에서의 불화수소 공급이 단기간에 일본산 제품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면서도 "1~2년이 지나 현재의 수출규제가 해결될 경우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대만에서 불화수소를 수입할 경우 일본에는 나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유노가미 소장은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및 장비 기업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같은 현재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잃고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면서 "비즈니스 관계에서 신뢰를 한번 잃으면 회복하긴 쉽지 않다"고 경고했다.

유노가미 다카시(58) 소장은 일본 교토대학 공학박사 출신으로 1987년 히타치제작소에 입사해 16년간 중앙연구소, 반도체사업부 등을 거쳤고 엘피다 메모리에서도 선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도시샤대학에서 반도체 산업의 사회과학을 연구했으며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나가오카기술과학대 교수로도 재직했다.

2011년에는 자신이 직접 미세가공연구소(微細加工研究所)라는 비영리기관을 만들어 반도체 관련 기업 컨설팅과 언론 기고, 세미나 등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2013년에는 우리나라에 '일본 전자·반도체 대붕괴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책을 번역·발간해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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