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하락하면 소비는 증가
2019.07.29 17:03
수정 : 2019.07.29 17:44기사원문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부진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하면 변동금리 차주의 소비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9일 한은의 'BOK 경제연구'에는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통화정책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차입자 현금흐름경로를 중심으로' 보고서가 실렸다. 보고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포인트 떨어지면 차주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줄어 이들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분기당 5만원 늘어난다"고 밝혔다.
아울러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경우에는 금리가 1%포인트 떨어지면 분기당 신용카드 사용액이 8만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경우 금리하락이 소비 증가를 이끄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주담대 금리가 하락하면 차주의 이자 상환액은 줄고, 가처분소득이 늘기 때문에 결국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11년 3·4분기부터 2017년 3·4분기까지 한은 가계부채 자료에 있는 주담대 차입자 중 표본 선택 과정을 통해 추출된 10만6236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금리 하락이 변동금리 차입자 소비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는 소득과 유동성, 신용접근성, 부채수준 등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났다.
먼저 고소득자일수록 이자상환액 감소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작았고, 저소득자는 그 반대였다.
아울러 유동성이 풍부한 차입자는 이자상환액 변화에 따른 한계소비성향이 0.343에 그쳤다. 유동성이 부족한 이들은 한계소비성향이 0.603으로 높게 추정됐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소득이 한 단위 늘어날 때 소비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보고서는 신용카드 이용액, 원금상환액, 이자상환액의 합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 중간값(0.55) 이하인 차주를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봤다.
신용 접근성이 양호한 차입자들은 이자상환액 감소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 또 부채가 연 소득의 2.42배 이상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차입자의 이자상환액 감소는 소비보다 원금상환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를 통해 송상윤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우리 경제에서는 주담대 차입자의 소득, 유동성, 신용접근성, 부채수준 등의 특성이 금리 등을 인하하는 확장적 통화정책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의 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 부연구위원은 "소득 대비 부채수준이 높은 주담대 차입자는 소비보다 원금상환에 더 적극적"이라며 "우리나라의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확장적 통화정책의 현금흐름 경로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