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대 이탈' 팰리세이드…굴러온 복(福) 차나
2019.07.31 14:55
수정 : 2019.07.31 16:46기사원문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과 관련해 파업을 가결했다.
실제 팰리세이드는 공급 부족에 따라 사전 계약 취소 물량만 2만대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정상적인 공장 가동이 어렵다. 회사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사가 최근 진통 끝에 최근 팰리세이드 생산량을 늘리기로 합의하자마자 공급차질을 우려하게 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하반기에는 팰리세이드를 위협할 쟁쟁한 경쟁모델도 등장한다.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팰리세이드로 몰렸던 수요가 경쟁모델로 추가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이달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조합원 5만293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3만5477명이 찬성해 84.06%의 찬성률로 안건이 가결됐다.
현대차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을 받으면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회사가 핵심 요구안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교섭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본급 인상 외에도 정년 연장 등 사측이 선뜻 수용하기 힘든 요구안도 있어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팰리세이드의 증산은 물론 현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증산 소식이 들려온 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울산 2공장에 팰리세이드 추가 생산을 위한 설비를 갖추고서도 라인을 놀리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팰리세이드의 국내 누적 계약 물량은 10만대에 육박(9만6600여대)했다.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입소문을 타면서 연간 4만대 안팎이었던 국내 대형 SUV 시장에서 고공 질주를 한 것이다.
현대차는 출시 당시 연간 국내 판매 목표를 2만5000대로 잡았으나 지난달까지 판매량만으로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밀려드는 주문량에 차량 출고가 늦어지기 시작했다. 올 초부터 시작된 공급 부족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 4월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는 울산 4공장 월간 생산량을 6200여대에서 8600여대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차량 주문이 밀려들면서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1년 가까이 기다려야 차를 받는 상황에 이르자 기다림에 지친 소비자들은 계약을 취소하고 나섰다. 지난달 팰리세이드가 본격적인 수출길에 오르면서 국내 공급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SUV가 선전하는 북미 시장 특성을 고려할 때 팰리세이드의 판매량이 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수출 물량을 줄이기도 어렵다는 점도 현대차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팰리세이드 외에 인기몰이 중인 신형 쏘나타, 소형 SUV 베뉴 등 신차 공급 차질도 불가피하다. 상반기 '우호적 환율 여건'에 가까스로 실적 개선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전망은 암울하다.
여기에 하반기 국내 대형 SUV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도 등장한다. 기아차 모하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한국지엠(GM)이 미국에서 들여오는 쉐보레 트래버스가 그 주인공이다. 출시 시점은 9월이다. 수입 대형 SUV 시장 강자인 포드 익스플로러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도 오는 10월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물량 부족에 시달렸던 아우디는 대형 SUV Q7 45 TFSI 콰트로의 사전 계약에 돌입했다. 폭스바겐도 대형 SUV 투아렉의 하반기 출시를 계획 중이다.
이들 차량 모두 국내외에서 검증을 마친 모델이다. 선택지가 다양해진 만큼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팰리세이드 대신 대체재를 찾게 될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부족에 시달리며 소비자들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인 데다 하반기 경쟁모델 등장으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본다"며 "만약 노조 파업이 장기화한다면 추가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기존 계약의 이탈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