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극한직업'이라지만…주취자 대응하다 결핵 감염까지

      2019.07.31 17:49   수정 : 2019.07.31 17:49기사원문
지구대·파출소 등 현장 경찰에 대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일선 경찰관들의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공무원에 폭행·폭언을 해 공무집행방해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져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공무집행방해사범이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취자 맨손 대응하다 결핵 감염

7월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소재 한 지구대에서는 신체건강한 여경이 현장에서 주취자를 맨손으로 응대하다 결핵에 감염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각 지구대에는 파란색 수술용 얇은 고무장갑(방역장갑)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사후 약방문인 셈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장에서 감염될 가능성을 낮추기엔 역부족이다.

경찰 관계자는 "방역장갑도 지급된지 얼마되지 않았다"면서 "게다가 하절기 근무복은 반팔이라 주취자가 할퀴거나 몸부림이 심할 경우 여전히 감염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일선 경찰 관계자도 "해당 장갑은 얇아서 금방 찢어질 위험도 크다"며 "없는 것 보단 낫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장갑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말하다 보면 특히 주취자들의 경우 침이 많이 튀어서 경찰 입에 들어올 때도 있다"며 "그렇다고 마스크를 쓰자니 시민들께서 '공무원이 얼굴 가린다'며 불쾌해 해 쓰기도 어려운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주취 범죄자 처벌은 솜방망이

여름철 들어 주취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7 범죄통계'에 따르면 한 해 동안 검거한 폭력범죄자 36만3511명 가운데 주취자는 10만9966명으로 전체의 30.3%를 차지했다. 또 같은 기간 검거된 공무집행방해범은 총 1만2883명으로, 이 가운데 주취자는 9048명으로 전체의 70.2%에 달했다.

현행법은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규정한다. 문제는 이 같은 공무집행방해범들이 기소되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것.

서울서부지법은 최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 폭행한 혐의를 받는 박모씨(66)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박모씨(66)는 지난 3월 소란을 피우다 출동한 서울서부경찰서 녹번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에 욕설을 하고 벽에 다과상을 던지는 등 약 20분간 소란을 피웠다. 이를 제지하던 A순경의 가슴 부위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고, 커피가 든 유리병을 던져 B경사의 왼쪽 발을 타격했다. 그러나 법원은 최근 박씨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벌였고 초범이라며 2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또 다른 주취자 김모씨(34)는 지난해 9월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다른 일행과 시비를 하다 소란 행위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소속 경찰관의 목을 잡고 밀어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체포된 이후에도 이태원 파출소에서 술에 취해 'x새끼 x새끼야, xx놈아' 등 욕설을 하며 약 20분간 소란을 피워 관공서에서 소란을 피웠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주취 민원신고의 경우 매일 들어오는 편으로 주취자의 경우 정신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에 경찰을 상대로 침을 뱉거나 폭언을 일삼는 경우도 많아 이제는 웬만하면 무시하려고 한다"며 "공무집행방해사범으로 체포하게 되면 해당 경찰도 조사를 받아야 해 인력이 빠듯한 현장에서는 이마저도 조금은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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