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공유론' 촉발한 '나토식 핵공유'…안보·북미대화 영향은
2019.08.01 07:31
수정 : 2019.08.01 07:31기사원문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최근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과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기점으로 숨죽이고 있던 보수진영 내 강경 안보론자들 사이에선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간 자체 핵탄두 개발을 통한 핵무장 등 다양한 내는 가운데 미국이 서유럽 국가들과 맺고 있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NATO식 핵공유'…美, 전술核무기 유럽 배치
제2차 세계대전종식과 함께 유럽은 냉전에 돌입, 서유럽은 미국주도 자유진영, 중동부 유럽은 소련주도 공산진영으로 나눠졌다.
진영 간 군사적 긴장 속에서 1949년 미국과 캐나다는 서유럽 국가들과 함께 자유진영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를 창설했다.
NATO 회원국들은 1960년대 이후 미국의 핵전력을 동맹타격력의 일환으로 사용함에 있어 그 정치적 책임과 위험을 공유하는 소위 '부담공유' 원칙을 취해왔다.
비핵 회원국들은 핵공유의 일환으로 핵무기 정책협의 참가 및 공동결정 이행, 폭격기 등 핵무기 사용에 필요한 기술장비 유지, 영토내 핵무기 비축 등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1966년 12월 '핵계획그룹'을 창설해 회원국 사이의 핵 정책을 기획·논의·결정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재에도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5개 비핵 유럽회원국 영토 내 항공발사 형태로 150~200기의 미국 전술핵무기(B-61)가 있다. 핵 통제권은 전적으로 미국이 책임지고 있다.
B-61은 전략폭격기 등에 탑재할 수 있는 기종으로 무게 350kg의 소형이지만, 히로시마 원폭 위력의 3배가 넘는 50kt의 폭발력을 갖고 있다. 미국은 '스마트 핵폭탄'이라 불리는 신모델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野 "북핵 위협에 '나토식 핵공유'로 맞서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수차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6차 핵실험까지 단행하며 '한반도 위기론'이 불거지자 우리나라와 미국에선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2017년 9월4일 국회 국방위에선 당시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향해 "나토식 핵공유를 검토해 볼 용의가 있냐"고 물었고 송 장관은 "충분히 검토를 할 용의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2018년 들어 극적으로 남북 대화 무드가 형성되며 이런 주장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최근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 행위에 보수 야권 일각에선 다시 나토식 핵공유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1일 국방·외통·정보위-원내부대표단 연석회의에서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나토식 핵공유와 비슷한 한국형 핵공유를 포함해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청와대가 이에 대해 논의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같은당 원유철 의원도 마찬가지다.
바른미래당의 유승민·이혜훈 의원도 최근 나토식 핵공유로 강력한 북핵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외교부와 국방부는 나토식 핵공유는 전혀 정부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술核 재배치시 한반도 비핵화 명분 상실…현실성 없어"
나토식 핵공유가 다시 떠오르고 있지만 안보 문제와 북미 대화를 생각할 땐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자체 핵무장에 의한 핵 보복능력의 확보를 통해 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핵 억제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도 군사·정치적 파급력을 고력했을 때 실현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한반도 비핵화'의 명분을 상실하고 관련 협상이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카드로 '핵 공유'가 현실화할 경우 한반도가 주변 4대 강국의 각축장이 되면서 남북간 화해·협력도 요원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17년 '전술핵 재배치 찬성논리의 문제점 분석과 정책 제언'을 통해 "한반도에 전술핵무기가 배치된다 하더라도 북한이 이미 보유한 자신의 핵 폐기를 목표로 하는 핵협상에 나올 것이라는 점을 보장할 수가 없다"며 북핵 해결을 위한 협상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은 한·미·일이 공동 운용하는 '핵무기 공유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도 나토식 모델을 모방해선 안된다고 제안했다고 이날 미국의 소리(VOA)가 보도했다.
전술핵무기에 대한 한·일의 공동 사용 권한을 부여하되 동맹국이 직접 투사를 하는 나토식과 달리 미국이 투사하는 '동북아 모델'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