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안쓰고 인도로 달리는 전동킥보드‥안전불감증 '심각'
2019.08.07 08:30
수정 : 2019.08.07 11:29기사원문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가 25km의 빠른 속도로 보행자 옆을 지나간다.
공유 전동킥보드가 단거리 개인형 이동수단(PM)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용자 대다수는 안전모를 쓰지 않거나 차도가 아닌 인도로 주행하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장치자전거'로 인도 주행과 안전모 미착용이 불법이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이용자와 보행자, 운전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경찰청이 정부 부처와 합동으로 전동킥보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있지만 당분간은 현행법에 따른 강력한 단속보다 계도에 나설 방침이다. 결국 이용자가 안전의식을 갖추고 이른 시일 내에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이 합법이 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가 찾은 서울 홍대 앞 도로는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킥보드가 뒤섞여 매우 혼잡했다. 이 가운데 안전모를 쓴 전동 킥보드 이용자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안전불감증이 만연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 탑승 시 안전모를 쓰지 않으면 2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대학생 최모씨(22)는 "헬멧을 써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갖고 다니기) 번거로워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 테헤란로에서는 전동킥보드가 인도로 달리는 일이 빈번했다. 보행자는 옆을 스칠 듯이 지나가는 전동킥보드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강남에 거주하는 유씨(66)는 "전동킥보드가 인도로 다니는걸 보면 다칠까봐 걱정된다"면서 "테헤란로에 전동킥보드용 도로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전동 킥보드가 차도로 다니면 차보다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원씨(가명·22)는 "차도에서 달리면 위험하다"고 항변했고, 김재훈씨(가명·28)는 "전동킥보드가 차도로 다니는 게 불법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 같이 안전이 뒷전이 된 사이 전동킥보드 사고는 급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4건에 불과하던 전동 킥보드 사고는 작년 233건까지 늘었다. 지난 2016~2018년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와 차량 간 교통사고 488건을 분석한 결과 사고 당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비율은 87.4%에 달했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고 전동킥보드의 주행안전기준이 완료돼야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를 허용하는 도로교통법은 지난 2017년부터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또 정부가 지난해 9월 전동킥보드 안전기준을 지난 6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경찰은 전동킥보드 가이드라인을 이르면 9~10월께 만들어 전동킥보드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사업지역인 경기 시흥시과 동탄신도시에 적용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동킥보드이 자전거도로로 통행하는 방침이 선 상태에서 위법하다고 단속하기보다는 홍보와 계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민수 매스아시아 이사는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도로로 달리면 보행자와 차량에서 분리되면서 위험천만한 주행을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 박광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