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5층서 투신한 중학생, 투신 직전 남긴 메모
2019.08.08 15:34
수정 : 2019.08.08 16:45기사원문
(대구ㆍ경북=뉴스1) 남승렬 기자 = 경북 포항의 한 학부모가 "아들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포항 모 중학교 A군(15)의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포항의 중학생 투신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다'는 제목의 글에서 "아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에 올라온 글과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올해 3월25일 포항 북구의 한 중학교 건물 5층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숨졌다.
A군은 투신 직전 자기 교과서에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등 유서 형식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숨지기 전 교사로부터 "선정적인 만화책을 봤다"는 꾸중을 듣자 "성인물이 아니라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 서브컬처(비주류문화) 소설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사는 "수영복을 입은 여성의 사진은 뭐냐"고 꾸짖으며 A군에게 20분간 공개적으로 '얼차려' 체벌을 가했다.
다음 시간인 체육 수업에 불참한 A군은 학교 5층에 올라가 뛰어내렸다.
CCTV에는 A군이 4층 교실과 5층 복도를 오가며 고민한 흔적이 남았다.
그가 읽었던 책은 선정적인 만화책이 아니라 전쟁 판타지 장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메모에서 '내가 잘못했지만 무시받았다. (책을 빌려준) 친구는 혼내지 말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이 숨지자 친구들은 "학교에서 사건을 묻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에서 입단속을 시켰다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A군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학생들이 심적으로 동요되고 정신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청원인은 "선생님이 아이의 해명을 들어줬더라면 어땠을까. 이제는 소용 없는 일이지만 이랬다면, 또는 저랬다면 다른 결과가 있었을까. 아이가 살 수 있었을까 반추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아이가 죽는 순간 매번 나도 같이 죽는다. 우리 가족은 모두 마음이 죽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아들 죽음의 진상 규명과 학생 인권침해 사례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