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인공호흡기 튜브 빠져 뇌손상 뒤 사망..의료 과실”
2019.08.11 08:59
수정 : 2019.08.11 08:59기사원문
적절한 처방을 하지 않아 환자가 기침을 해 인공호흡기 튜브가 이탈,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해 이후 사망으로 이어진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의료진 과실을 인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사망한 김양의 유족이 경상대학교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김양은 만 7세이던 지난 2007년 원발성(특발성) 폐동맥고혈압 진단을 받은 뒤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정기적으로 통원치료를 받았다.
사건은 김양이 2011년 4월 4일 아버지와 2박 3일간 외출을 한 뒤 집으로 귀가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김양은 치료제 중 하나인 벤타비스(성분명 일로프로스트) 앰플을 준비해 모두 사용했는데 집으로 돌아가던 중 휴게소 부근에서 호흡곤란이 발생했다. 119구급대를 이용해 경남 진주의 경상대병원에 도착한 김양은 중환자실에서 진정제를 투여받고 소아용 기관튜브를 착용한 상태로 질소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김양의 입 주위에 테이프로 기관튜브를 붙여 고정해 뒀는데 입원 다음 날인 4월 5일 오전 7시 40분께 인공호흡기의 기관튜브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사유로 이탈함과 동시에 김양의 산소포화도가 50% 이하로 떨어지고 심정지 상태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김양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데 이어 기관을 재삽관했지만 김양은 같은 날 오후부터 동공 확대 등 뇌손상 현상을 보였고, 두달 뒤 숨졌다.
김양 유족은 “응급실 입실 직후 10여분간 딸에게 전혀 산소공급을 하지 않고 방치했고, 보호자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부적절한 치료 행위인 기관삽관을 시도했다가 이마저도 실패해 김양의 산소포화도 저하 및 산증 심화 상태를 초래했다”며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7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유족은 또 “의료진이 중환자실로 옮겨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을 때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딸의 인공호흡기 기관튜브가 이탈되게 함으로써 뇌사상태에 빠지게 한 과실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1심은 ”김양의 인공호흡기 기관튜브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사정으로 이탈됐다는 점만으로는 의료진에게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김양이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심각한 정도의 호흡성 산증으로 장기손상 가능성이 있었던 점에 비춰 인공호흡기 기관튜브 이탈과 사망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병원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대로 신경근차단체를 적절한 용량과 용법으로 투약하지 않아 김양이 기침을 하면서 기관내 튜브가 이탈, 호흡성 심정지가 발생했다며 일부 의료과실을 인정했다. 2심은 다만 “김양이 응급실에 도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동안 저산소증 상태에 있었고, 호흡성 심정지가 김양의 뇌부종 및 저산소성 뇌손상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기관내 삽관 및 유지 중인 환자에게 신경근차단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경우에도 환자에 따라서는 움직임이 관찰되는 경우도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병원 측 책임을 30%로 제한, 1억 3475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