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배로 항구 부활 꿈꾸는 ‘마도로스’ 조맹섭 대표

      2019.08.14 15:06   수정 : 2019.08.14 16:30기사원문


낚시를 즐기는데 필요한건 눈일까 손일까. 보이지 않는 물속을 헤아리는 데는 눈 보다 ‘손맛’이 중요할 테다. 야외활동이 어려운 시각장애인에게 무료 배낚시 체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낚싯배 해양레저 스타트업 ‘마도로스’다.



최근 서울 논현동 마도로스 본사에서 만난 조맹섭 대표는 “시각장애인 15명에게 지난 6월 인천연안부두에서 출발하는 배낚시 기회를 제공했다”며 “시각장애인 한 분이 1997년도에 마지막으로 본 하늘이 생각난다고 말한 게 마음에 남는다”고 전했다.

마도로스는 배낚시 소비자와 전국 300여척 낚싯배를 대상으로 온라인 예약,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한다.
소비자 마음에 따라 어종, 낚시터, 낚싯배를 고르면 마도로스가 낚싯배를 연결해준다. 연결 수수료는 결제액 10~15% 수준이다.

2017년 3월 서비스 시작 후 지난해 이용객은 2만명, 올해는 4만명을 바라본다. 오프라인 이용과 현금결제만 있던 배낚시업계에 온라인을 적용하며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배 이름도 ‘계좌번호’, ‘잭팟호, ‘카진호’ 등 친숙하게 지었다.

선내 화장실 청결, 구명조끼 등 안전도 신경 썼다. 불친절한 선장들과 낡은 배 대신 직영 낚싯배를 도입했다. 인천 연안부두, 옹진 영흥도, 보령 오천항, 여수 돌산항, 제주 성산포항에 자회사 5개를 두고 직영 선박 17척을 운영한다.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마도로스가 펼치는 사회공헌은 장애인 지원 외 또 있다. 60, 70대 선장 30명을 직영 낚싯배에 고용했다. 근로여건과 기업 서비스 수준을 함께 높이기 위해서다. 계약직을 원한 선장 외 11명은 정규직이다. 대게 선주와 선장이 1년 단위로 계약하는 배낚시 업계에선 드문 일이다.

조 대표는 “선장들 중 정규직 고용이 난생 처음인 분도 있다. 신용불량자도 있지만 사람과 함께하는 기업문화를 위해 대시 채무를 갚아주고 계약을 했다”며 “레저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서비스는 무척 중요하다. 개그맨을 초청해 선장들에게 서비스 교육을 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4년 약 206만5000명이었던 배낚시 인구는 2017년 415만명까지 늘었다. 3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가파른 증가세다. 집계가 어려운 민물낚시 인구까지 더하면 국내 낚시 인구는 700만명 이상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조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배낚시를 검색하면 젊은 사람들이 나온다. 50대 남성 취미이던 배낚시가 20대에게는 새롭고 인기 있는 활동이 됐다”며 “레저 트렌드가 직접 체험하려는 추세다. 낚시는 점점 인기 취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며 마도로스도 함께 성장했다. 2017년 3억9500만원이었던 총 결제액은 지난해 9억2500만원까지 늘었다. 작년 2대던 직영 낚싯배가 17대로 늘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40억원이던 올해 매출 목표를 60억원으로 올렸다.

투자자 이목도 끈다. 지난 6월 코어자산운용과 NICE에프앤아이로 부터 50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83억원을 넘어섰다. 정용선 NICE에프앤아이 대표는 “낚시 인구가 고속 성장 중인 점, 해양레저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공략하는 운영 역량 등을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지원, 정규직 고용 등 마도로스가 사회문제와 발맞춰 가는 이유는 지향점이 도시재생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심각한 항구를 레저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다. 마도로스 기업 비전도 ‘항구를 디자인하다’다.

조 대표는 “전국 주요 항구만 300곳이 넘지만 어촌 고령화는 심각하다”며 “점점 항구 쪽 고용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즐길 거리가 부족하던 항구를 넘어 낚싯배부터 먹거리, 볼거리 등 레저산업을 더한 새로운 항구를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항구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드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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