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로 글로벌 기업들도 비상 체제, 갈등 악화에 '노심초사'
2019.08.14 14:27
수정 : 2019.08.14 14:27기사원문
세계 금융 허브인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10주차에 들어서면서 홍콩에 지점을 둔 해외 기업들도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기업들은 당장 영업을 멈출 정도로 형편이 어렵지는 않지만 혼란이 더욱 확산될까 걱정하는 눈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현지 관계자들을 인용해 홍콩에 지점을 둔 서방 기업들이 시위 정국을 맞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고 전했다.
■행사 미루고 지점 문 닫아
신문에 의하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홍콩 시내에서 진행하던 연례 행사인 ‘아시아 미디어 포럼’ 날짜를 반정부 시위를 의식해 오는 9월에서 내년 2월로 바꿨다. 블랙록 측은 이에 대해 "이미 일정이 정해졌지만 지역 내 더 많은 참가자들이 참가할 수 있게끔 나중에 여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홍콩에 2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다국적 보험·금융사인 AXA의 고든 왓슨 아시아 최고경영자(CEO)는 WSJ를 통해 사내 보안팀이 시위 상황을 지켜보면서 때때로 혼란에 대비해 직원들에게 일찍 사무실을 비우라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하는 한편 외부 업체를 고용해 직원 및 직원 가족들이 시위와 관련해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 골드만삭스 대변인은 홍콩 직원들에게 수시로 비상 계획에 대한 조언을 포함해 이동 및 안전에 대한 공지를 하고 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대변인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홍콩 내 일부 지점들을 예방 차원에서 닫고 고객들에게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은 시위 초기였던 지난 6월에 시내 중심가인 어드미럴티 지역의 지점 문을 닫았고 지난달에는 시위대에 대한 백색테러가 발생했던 위안랑구 일대의 지점 영업을 멈추기도 했다.
WSJ는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대부분 기업들이 정상 영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시위 때문에 대규모 인력 및 자산, 기능 이동을 고려하는 대기업은 없다고 전했다. 미 기업 전문 여행사인 ATG 비즈니스 트레블 매니지먼트는 대기업 고객들에게 홍콩 상황이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난 7월 홍콩행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고 전했다.
■상황 더 심각해 질 수도
그러나 홍콩 시위는 기업들의 예측보다 격렬해질 수도 있다. 반정부 시위로 이틀간 마비됐던 홍콩 국제공항은 14일 오전에야 겨우 정상화됐지만 많은 갈등을 남겼다. 현지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의하면 시위대는 12~13일에 공항을 점거하면서 중국 본토인들을 색출해 홍콩 정부의 비밀 요원으로 몰아 무차별 폭행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자사 기자가 시위대에게 맞았다고 주장했으며 다른 중국 언론들과 함께 이번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공항 마비로 귀국길이 막힌 외국인 여행객들은 시위대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군대를 투입해 현 사태를 무력 진압하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자신의 트위터에다 "우리 정보부가 홍콩 경계예 중국 정부가 보낸 병사들을 모여들고 있다고 알려줬다. 모두가 차분하고 안전하게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그가 지적한 병사들이 기존의 홍콩 주둔군인지, 본토에서 새로 배치된 부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줄곧 간섭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홍콩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관련해 나와 미국을 비난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미 여야는 트럼프 정부가 해외 민주주의를 지지해 온 미국적 가치를 져버리고 홍콩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 의회의 홍콩 시위 비난 발언에 대해 "미국은 홍콩 시위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정하고 있지만 미 의원들의 발언은 미국의 개입을 보여주는 새롭고 강력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13일 미 해군에 의하면 중국 정부는 이달과 9월에 홍콩에 기항 예정이었던 미 태평양 함대 소속 함정 2척의 기항을 이유 없이 거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