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찍힐라… 숨죽인 카메라 상가들

      2019.08.14 18:15   수정 : 2019.08.14 18:15기사원문
"일본산 카메라 쓰기 싫으면 스마트폰 쓰세요."

국내산 카메라는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 남대문 카메라 D상점을 운영하는 유일한씨(가명)는 이렇게 말했다. 불안감과 짜증이 섞인 답변이다. 지난 12일, 서울 남대문과 용산전자상가 카메라 매장 일대는 한산했다.

평일이라 손님이 뜸하지만 상인들의 표정이 유독 어두워 보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때문이다.


■대체제는 없어도 노심초사

일본이 핵심 반도체 소재의 국내 수출을 규제한 후 한국과 일본의 무역전쟁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상대 국가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국내에선 일본제품 불매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일본산 카메라는 마땅한 대체재가 없다. 독일 라이카, 스웨덴 핫셀블라드 등 브랜드가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국내 브랜드로 유일했던 삼성전자도 지난 2017년에 카메라 사업을 접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 세계 카메라 점유율은 캐논, 니콘, 소니, 후지필름, 올림푸스 등 일본산 브랜드가 85.2%를 독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카메라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번 일본산 불매운동만큼은 장기화될 여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불매운동이 카메라에까지 퍼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유씨는 "불매운동 불똥이 카메라 시장까지 튀면 앞으로 장사 어떻게 해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남대문의 B카메라 상점 주인 이모씨는 "불매 운동한다고 일본산 카메라 시장이 죽진 않겠지만 이게 계속되면 규모는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산 왜 파냐" 손가락질도

불매운동의 쓴맛을 본 상인도 있었다. 용산역 전자랜드의 K카메라 매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3분의 1 줄었다. K매장의 최모씨는 "경기가 부진한 탓도 있지만 새 스마트폰이 나오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겹쳐 상황이 안좋다"면서 "지난해 이맘때는 딱 여름 휴가철이라서 하루에 10개도 더 팔았는데 지금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한 행인은 "일본 거를 꼭 이 시기에 팔아야 하냐"며 지나쳤다.

C카메라 매장의 임모 사장은 "카메라는 대부분이 일본 제품인데 가끔 애국심 넘치는 손님들이 와서 '한국 거는 안파냐'고 물어보면 정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악화일로를 걷는 반일 감정에 일본 카메라 기업의 국내 법인도 숨죽이고 있다. 소니코리아는 이달 8일 카메라 신제품 'RX100 VII'를 출시했지만 사전예약행사를 하지 않았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과 니콘이미징코리아 등도 휴가철 이벤트나 행사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강현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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