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보다 미래 택한 文대통령의 8·15 메시지

      2019.08.15 17:16   수정 : 2019.08.15 17:16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절제된 대일 메시지를 내놨다.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과거를 성찰하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 2일 임시 국무회의 발언과 큰 차이가 난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은 '대단히 무모한 결정'이라며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이 2020년 도쿄올림픽 참가를 사실상 못박은 것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2018년), 도쿄하계(2020년), 베이징동계(2022년) 올림픽을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이라고 불렀다. 이는 "동아시아가 우호·협력의 기틀을 굳게 다지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이로써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도쿄올림픽 보이콧론은 쑥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선 큰 선물을 받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협력의 길로 나오면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아베 총리가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아베 총리는 강제징용을 둘러싼 과거사 문제를 외교로 풀기는커녕 대뜸 경제보복 칼부터 휘둘렀다. 이는 누가 봐도 패착이다. 전후 자유무역의 챔피언을 자처해온 일본의 이미지에도 흠집이 났다. 1965년 수교 이후 한·일 관계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두나라 모두 정경분리 원칙만은 훼손하지 않으려 애썼다. 아베 총리는 이를 대놓고 깼다.

한·일 관계는 특수하다. 따라서 외교전에서 완승, 완패란 있을 수 없다. 각자 한발씩 뒤로 물러서야 비로소 길이 보인다. 우리 정부도 냉정한 자세로 일본에 제시할 협상카드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출발점은 21년 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가 합의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다. 이를 토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를 구제할 다양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양국 기업(1+1)과 한국 정부가 참여하는 1+1+α안,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양국 정부가 공동제소하는 안, 일본의 사죄를 받되 피해자 지원은 한국 정부가 맡는 방안 등을 제시한다.
미·중 무역마찰 속에 글로벌 경제가 심상찮게 돌아간다. 경제보복은 둘 다 손해다.
한·일 타협은 이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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