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깊은 반성"… 아베는 과거사 ‘침묵’
2019.08.15 17:42
수정 : 2019.08.15 20:45기사원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에선 종전기념일인 15일 도쿄 지요다구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 기념사에서 '반성'이나 일제 침략전쟁으로 큰 고통을 겪은 아시아 주변국들에 대한 '가해자'로서의 책임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주변국에 대한 '가해 책임'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건 2012년 말 재집권 이래 7년 연속이다.
아베 총리는 대신, "이전 대전(大戰)에서 300만여명의 동포가 목숨을 잃었다"며 △조국의 장래를 걱정해 전쟁터에서 숨진 사람들 △종전 후 먼 타향땅에 있다가 돌아가신 분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도쿄를 비롯한 각 도시의 폭격, 오키나와에서의 지상전 등으로 무참히 희생된 분들이라고만 언급했다. 전쟁의 피해자를 일본 국민들로 대상을 한정한 것이다.
반면 지난 5월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은 기념사를 통해 "전몰자를 추도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날을 맞았다"며 "소중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과 유족을 생각하며 깊은 슬픔을 새롭게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후 오랫동안 이어온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을 한다고 했다. 나루히토 일왕의 '깊은 반성'이란 발언은 한국·중국 등 주변국을 지칭한 것은 아니나, 지난 4월 퇴위한 부친 아키히토 전 일왕의 평화기조를 계승했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기념사와는 사뭇 결이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날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하는 대신 개인 명의로 공물을 보냈다.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 여야를 막론한 극우의원들로 구성된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50명은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이 외에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이자 차세대 유력 총리 후보인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 의원도 개별적으로 참배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