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자수하러 온 피의자 놓아준 경찰, 당직 시스템 전면검토
2019.08.20 13:09
수정 : 2019.08.20 13:56기사원문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자수를 하러 온 '한강 몸통시신' 사건 피의자를 당시 당직자가 사건 처리를 하지 않고 인근 경찰서로 보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당직 시스템 전면 검토에 나섰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재발 방지를 위해 당직근무 체계와 근무시스템 전반을 처음부터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직 시스템 검토와 관련해 "개인의 잘못인지 구조적인 잘못인지 처음부터 다시 복기를 해보는 차원"이라며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매뉴얼 등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피의자 A씨(39)는 지난 17일 오전 1시1분쯤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정문 안내실에 '자수를 하겠다'며 찾아왔다. A씨는 당시 강력 형사에게 이야기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직자는 A씨를 인근 경찰서인 서울 종로경찰서에 가라고 안내했다.
안내실에는 일반적인 당직 근무 매뉴얼이 있었지만, 자수자의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규정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게자는 "큰 틀에서는 일반적인 당직 매뉴얼이 있다"면서도 "세부적으로는 디테일한 부분이 부족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다만 일반적인 당직 매뉴얼의 사건 처리 방침만 지켰어도 A씨를 그냥 보내줄 일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자수자 처리에 대해서도 당직 매뉴얼에 나와있는 일반적인 사건 처리 규정대로 인접 경찰서에 순찰차를 부르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면 됐을텐데, 그 부분이 미숙했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전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규정도 있고, 어떤 상황이든 자수 받은 경찰관이 즉시 처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어긋난 행위에 대해 감찰 조사해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국에 이러한 행태들이 개인별로 없다고 볼 수 없어서 전체 교육을 시키면서 행여 그런 사례가 있는지도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오전 1시 1분 안내실에 들어와서 1분 정도 머무르다가 떠났고, 오전 1시3분을 넘겨 종로경찰서 정문에 도착했다. 당시 서울경찰청 안내실에는 의무경찰 2명과 일반 부서 당직자(경사급) 1명이 같이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