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맞은 기분이다"…조국 향한 '2030' 이유있는 분노
2019.08.20 17:27
수정 : 2019.08.20 17:44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서혜림 기자 = "재력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위선자이고 이중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가족 관련 논란을 두고, 20~30대 사이에선 조 후보자에 대한 기대가 실망감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
특히 조 후보자의 딸 조모씨(28)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두 차례 유급당하고도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았고, 고교 때 2주 인턴을 하고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젊은층 사이에서 허탈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재학생이 낙제를 받게 되면 수강 가능 학점이 줄고, 졸업 후 취업까지 불리해지는데 여러 차례 낙제한 학생이 장학금까지 받는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20일 부산대를 졸업한 한 정모씨(28)는 "유급한 낙제생인데 장학금을 받은 것은 도덕적 해이 수준을 넘은 것"이라며 "장학금을 받아야 하거나 성적이 충분히 되는 어떤 학생의 장학금을 빼앗은 행위이고, 기회와 결과 모두 불평등·불공정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가) 사실상 교수가 아니라 정치인이자 고위 공직자 신분에 가깝다고 본다"며 "계속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한 해명을 소상하게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간 도덕성을 강조해 온 진보진영 인사도 기존 기득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실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인 강모씨(28)는 "진취적이고 학생, 서민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50~60대 기존 인사들과 다른 점이 뭐가 있나"며 "오히려 바른 말을 내뱉던 (조 후보자의) 과거 영상이나 글을 보면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했다.
조 후보자의 가족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신상털기' 등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그의 과거 발언과 상반되는 사실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조 후보자는 2014년 자신의 저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은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조 후보자의 두 자녀가 모두 특목고(외국어고)에 진학한 것을 두고 "자식을 좋은 환경의 학교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부모로서 충분히 알지만, 말과 행동이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장관으로서 발언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도 나왔다.
또 조 후보자의 의혹을 두고 문재인 정부 자체의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우려도 2030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대 대학원생 A씨(32)는 "조 후보자가 평범한 사업가 신분이라면 모르지만 도덕적 이미지가 강했던 교수이자 공직자였던 만큼 만약 정권이 임명을 강행하면 도덕적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딸 조씨가 졸업한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도 비판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나는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서 대학시절 내내 MEET(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 보겠다고 매일같이 머리를 싸매고 눈물나게 공부하고 아르바이트까지 뛰었구나"라며 "너무 화가 나서 조국 말대로 '죽창'이라도 들고 싶다. 술이나 진탕 마셔야겠다"고 했다.
조 후보자가 교수로 재직했던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수많은 랩(연구실)에는 지도교수 지인들 아들과 딸들이 대학원 체험이니 인턴이니 하는 직책으로 랩생활 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실험을 열심히 해도 논문 말석에 이름을 겨우 올리는 수준인데 이 경우(조 후보자의 딸)는 고등학생이 2주 만에 제1저자로 등록됐다는 것"이라며 우회적인 비판글도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