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실리.국민자존감 감안한 초강경카드..日이 禍 자초했다
2019.08.22 18:42
수정 : 2019.08.22 20:44기사원문
우리 정부는 연장 종료 결정의 배경으로 무너진 명분(한일간 신뢰관계)·실리(정보교류의 효용성)·국민적 자존감을 들었다.
정부는 특사 파견을 비롯해 다양한 루트로 대화 해결 시도,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통한 대화 제의 등 일련의 사전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가 이렇다할 시그널을 보내지 않았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측이 아무런 입장변화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자 청와대도 인내심을 걷어내고 초강경 카드를 뽑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日 묵묵부답 원인..한일갈등 '폭풍속으로'
청와대는 이날 릴레이 토론을 통해 연장, 폐지, 연장후 정보교류 제한 등의 세가지 방안중 지소미아를 종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지소미아 연장'에 무게가 실렸고 대부분의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한일관계 '마지노선'인 파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지소미아 파기는 지지층을 위한 코멘트 정도로 해석됐었다"며 "외교·안보쪽에서는 모두 지소미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연장 종료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우선 '일본의 신뢰 파기'를 들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라는 과거사 문제를 황당하게 안보 이슈로 둔갑시켜 경제보복이라는 칼을 빼든 만큼 일본 정부가 1차적 원인 제공을 했다는 입장이다.
구체적 설명없이 '한국정부가 신뢰를 깼다'는 막연한 근거를 앞세워 경제보복을 감행한 것은 그동안 형성해온 한일관계의 농도나 질로 볼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방조 조치라는 얘기다.
■ 실리.명분.국민자존감 3대원칙 감안
실리측면에서 한일간 정보교류의 효용성 차원에서도 별다른 손해가 없다는 점도 고려대상이었다.
지소미아가 종료돼도 한·미·일 3국 정보공조시스템이 와해되거나 한일 정보교류가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지난 2016년 11월 지소미아 체결이전에도 3국간 군사정보 교환이 이뤄져온 데다 지소미아 체결이후 현재까지 양국간 정보교류 횟수가 29회에 그쳤다.
최근까지 양국간 군사 안보관련 정보교류 횟수가 감소추세였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지속되오는 최근을 빼곤 별다른 정보교류가 없어 효용성 차원에서도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점도 반영됐다.
이는 굳건한 한미동맹 시스템 내에서 얼마든지 한반도 안보정세와 관련된 정보를 교환할 수 있으며, 일본이 우리를 안보협력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경제보복 조치를 취한 만큼 지소미아 연장의 전제조건인 한일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다고 본 것이다.
특히 지소미아 종료에도 불구, 우리 국방능력에다 촘촘하게 얽혀있는 한미 연합 자산, 주변국과의 긴밀한 공조 등을 통해 한반도 안보정세에 대한 보호막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한 배경으로 읽힌다.
■28일 화이트리스트 제외 강행 가능성
지소미아 파기는 생각보다 큰 후폭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특히 지소미아가 단순 군사정보협력을 뛰어넘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한미일 공조의 상징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반발도 예상된다.
최은미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소미아를 파기했을때 나오는 손해나 이런 부분은 단순히 수출규제 카드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안보에 맞는지 필요한 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28일로 예정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도 예정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1200여개 일본제품이 한국에 수출때 일본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실제로 영향을 받을 품목은 159개 정도라고 밝혔지만 중소기업 등 국내 산업계의 우려는 깊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추가 경제보복 가능성도 있다.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일본내 반한 시위 등으로 격화된 양국간 국민감정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한 외교전문가는 "당분간 한일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며 "우리 정부는 앞으로 예상되는 추가 보복조치, 국내 산업계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해 다양한 처방전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