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재격화…미중 갈등 도화선되나

【베이징=조창원 특파원】홍콩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대와 경찰이 또 충돌했다. 열흘 만에 평화시위 기조가 깨지면서 중국 정부의 공권력 투입이 우려된다. 홍콩사태가 수위가 다시 고조될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개입설을 둘러싼 미중간 격론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2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24일 홍콩에서 유혈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시위 주최 측은 전날에 이어 25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이어갔다.

24일 쿤통 지역에서 열린 집회에는 시민 수천명이 참가해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 ▲행정장관 직선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는 당국이 시위 현장에 설치한 스마트 가로등에 중국 정부가 대중 감시를 위해 사용하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가로등을 전기톱으로 절단하고 밧줄을 매달아 넘어뜨렸다.

이어 시위대와 경찰간 충돌은 시위대가 행진 끝에 도착한 응아우타우콕 경찰서 바깥에서 일어났다. 시위대 수 백명은 대나무 장대와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고 벽돌, 화염병 등을 던졌다. 이에 맞서 경찰은 수차례 해산 명령을 한 뒤 최루탄과 고무총, 후추 스프레이 등을 발사했다.

이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1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외신들은 홍콩 시위 진압에 최루탄이 다시 등장한 것은 열흘여만이라며 2주 가까이 이어진 고요가 깨졌다고 전했다.

홍콩 시위가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미중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8일 집회는 대규모로 열리면서도 평화적 시위를 내세워 안정적으로 치러졌다. 시위대의 게릴라식 전술과 홍콩 경찰의 물리적 대응이 충돌이 자칫 중국 정부의 무장병력 투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위 방식에 나름 마지노선을 정한 것이다. 그러나 시위대와 홍콩 정부간 대화와 협상의 골이 여전히 깊어 시위대와 경찰간 충돌이 재연됐다는 지적이다.

홍콩 갈등 격화와 무장경찰 투입 가능성은 결국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의 홍콩 개입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24일 시위 참가자 일부는 성조기를 흔들었다.

홍콩내 친중파와 친미파간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에 대해 말을 아끼다가 최근들어 부쩍 홍콩 사태와 미중 무역협상을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더욱 격화되면서 홍콩 문제 역시 내홍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mail] 조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