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50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한국은 고작 2개 뿐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낮은 거래량과 잦은 순위변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이분법 기조 아래, 방치되고 있는 암호화폐 산업과 기업과 정부간 소통경로 부재 등 악조건이 이어지며 한국 거래소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 지난해 초 국내 암호화폐 거래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해외보다 높은 가격에 암호화폐가 거래됐던 ‘김치 프리미엄’ 현상도 최근 자취를 감췄다.
업계는 암호화폐 산업의 ‘선봉장’으로 통하는 거래소의 장기 정체현상이 결국 한국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韓 암호화폐 거래소 일거래량 순위 하락
2018.08 | 2019.08 | |
업비트 | 3155억 (10위) | 2492억 (45위) |
빗썸 | 1260억 (22위) | 1조4905억(5위) |
코인원 | 314억 (53위) | 853억 (62위) |
코빗 | 152억 (69위) | 71억(104위) |
한국 4대 암호화폐 일래량 규모 및 순위 변화 (단위: 원)
26일 암호화폐 시황분석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암호화폐 일거래량 기준, 빗썸을 제외하고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한국 4대 암호화폐 거래소의 글로벌 순위가 지난해와 비교해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8월 국내 거래소 중 글로벌 10위권 내 진입해 있던 업비트는 30계단 넘게 하락해 45위에 머물렀다.
일거래 규모 역시 3155억원 규모에서 2492억원까지 약 21% 가량 감소했다.코빗 또한 일거래량이 60% 넘게 감소하며 30계단 가량 순위가 하락했다. 특히, 코빗은 지난 5월부터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원화입금을 중단, 일거래량이 10억원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며 글로벌 100위권으로 밀려나는 등 극심한 부침을 겪기도 했다.
코인원, 고팍스 등 몇몇 거래소들은 일거래량이 늘었지만, 순위는 되레 하락한 상황이다. 바이낸스, 오케이엑스, 디지파이넥스 등 해외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의 일거래량이 1년만에 최대 700%가량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코인원과 고팍스 등 각 거래소의 일거래량 증가폭은 40~60%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거래량 314억원 수준을 기록하며 50위권에 머물렀던 코인원은 현재 일거래량이 853억원까지 늘었지만 순위는 60위대로 밀려났다. 고팍스 역시 지난해 90억원대던 일거래량이 140억원 수준으로 뛰었지만 10계단 가량 순위가 하락하며 글로벌 거래소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모습이었다.
다만, 빗썸은 일거래량이 1년만에 10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유일하게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비트코인 시세가 오르면서 일거래액이 1조원에 육박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부 무관심 속에 표류하는 국내 거래소
이처럼 암호화폐 거래량을 대거 확보하며 공격적 사업을 펼치는 글로벌 거래소와 달리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었던 데에는 암호화폐라면 덮어두고 경계하는 정부의 소극적 자세와 무관심이 있었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장기간 통과되지 못한채 국회에 계류중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과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금지 등 사실상 국내 암호화폐 산업이 방치상태에 놓이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 역시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제도권 내에서 안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만들어 결국 투자자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는 꼴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을 제외하곤 정부와 자유로이 소통할 수 있는 경로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특금법 등 국내 거래소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정책들도 현재로선 윤곽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