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마스크도 규제땐 최악" 패널업계 긴장
2019.08.27 18:02
수정 : 2019.08.27 18:05기사원문
특히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용 섀도마스크 등 일본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 추가 제재 우려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 "섀도마스크 수출규제 시 타격"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8일부터 일본이 예고한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 발동을 앞두고 디스플레이업계는 수출규제 예상품목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디스플레이업계는 1080여종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대상품목 중 10여종이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판디스플레이용 블랭크마스크,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용 사진플레이트, TFT-LCD용 실리콘 러버 시트, LCD 차광시트,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진공펌프, LCD 제조용 식각기기 등 LCD용 소재부터 장비들이 두루 포함된다. 이들 품목은 일본산 의존도가 50~90%로 높은 편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 결정 이전부터 전략물자를 대상으로 전수 검토를 거쳐 재고 확보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밝힐 순 없지만 피해가 우려되는 추가 제재품목이 2~3개 정도 있다"며 "기존 거래처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공급망(SCM) 다변화로 생산차질을 막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전략물자는 아니지만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는 중소형 OLED 패널 소재인 섀도마스크(shadow mask·화소형성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우려감도 상당하다. 섀도마스크는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중소형 OLED의 증착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다. 기판에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 섀도마스크를 올린 후 그 위에 유기물을 도포하는 공정을 통해 OLED를 증착시킨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섀도마스크를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과 토판프린핑(TPP)으로부터 전량 수입할 만큼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부회장)는 최근 본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추가 제재 전망과 관련, "마스크를 규제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체별로는 전 세계 중소형 OLED 패널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섀도마스크 수출규제 시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롤러블(돌돌 마는) 등 차세대 중소형 OLED 연구개발(R&D)용으로 일본산 섀도마스크를 일부 공급받고 있다. 다만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전략물자가 아닌 섀도마스크 수출규제를 강행하긴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도 "한·일 관계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어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반도체도 추가 제재 걱정
반도체 업계는 지난달 3대 핵심소재 수출규제 이후 아직까지 생산차질과 같은 피해는 없다. 그러나 반도체 공정에 핵심 소재로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 블랭크마스크 등의 추가 제재 시 생산공장이 올스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 제작 시 미세회로를 그리는 원판으로 사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림을 그릴 때 도화지가 필요한 것처럼 반도체를 새기기 위해선 실리콘 웨이퍼 위에 그려 넣어야 한다"고 전했다. 실리콘 웨이퍼는 일본의 신에츠화학공업과 섬코가 각각 시장점유율 27%, 26%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선 SK실트론 등이 생산하고 있지만 세계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가장 많이 담당하는 한국 내 수요를 감당하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제작 과정에서 포토 공정에 쓰이는 블랭크마스크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일본 호야가 생산하는 블랭크마스크가 삼성전자 내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극자외선(EUV)용 블랭크마스크는 호야가 독점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실리콘 웨이퍼나 블랭크마스크 공급이 중단될 경우 반도체 업계가 입을 피해는 크다"면서 "이 소재들을 국산화하려면 반도체 회사만큼 엄청난 규모의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국내에선 SK실트론이 유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정적 공급을 위해선) 최소 3개 업체 이상 벤더 다변화를 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