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물테마파크 갈등 심화…이장 해임·상생협약 '무효'
2019.08.27 21:53
수정 : 2020.11.15 20:30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국내 최대 리조트 운영사인 대명그룹이 추진하는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람사르 습지도시로 지정된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는 27일 오후 7시 마을회관에서 주민 137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총회를 갖고 사업자 측과 상생협약을 맺은 이장을 해임했다. 이울러 이장이 독단적으로 사업자와 체결한 상생협약서도 원천 무효라고 의결했다.
이날 총회에 상정된 안건은 이장이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와 체결한 협약서 무효의 건과 이장 해임 결의안이다.
주민 투표 결과, 협약서 무효의 건은 투표에 참여한 주민 128명 중 127명이 찬성했다. 이장 해임 결의안은 129명이 투표해 찬성 125명, 반대 3명, 무효 1명으로 가결됐다.
■ 임시총회, 마을향약 어겨 무효…찬성주민 측 불참
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이번 총회가 이장 허가 없이 이뤄져 마을 향약을 어겨 무효라며 총회에 불참했다.
앞서 제주동물테마크 반대대책위원회(위원장 박흥삼)는 지난 9일 제주지방법원에 '지역상생방안 실현을 위한 상호협약서'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협약서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인 ㈜대명티피앤이와 선흘2리 이장 정모씨가 6월 26일 체결한 것으로, 선흘2리가 7억원의 마을발전기금을 받는 조건으로 사업에 동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정 이장은 마을의 공식 절차인 개발위원회와 총회를 거치지 않고 비밀리에 사업자와 굴욕적인 협약을 체결했다"며 “선흘2리 전체 인구는 750여명으로 이 중 성인인 170명이 소송에 참여했다는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동물테마크 반대대책위는 이날 나온 총회 결과를 조천읍장과 제주시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조천읍 선흘리 58만9천957㎡ 부지에 국내 첫 드라이빙 사파리와 실내 동·식물 관람시설, 체험시설, 글램핑(60동), 호텔(76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지난 4월 도 환경영향평가 변경심의위원회를 조건부 통과해 현재 도의 변경승인 고시만 남은 상태다.
사업자 측은 오는 10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는 사자와 호랑이, 곰, 기린엘크 등 총 23종 500여마리를 풀어놓을 계획이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23년이다.
반대대책위는 이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과 제주의 허파나 다름없는 곶자왈지대가 있고, 게다가 선흘2리가 포함된 조천읍은 람사르 습지도시로 지정된 곳”이라며 “시대착오적이고 반생태적인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 추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