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韓 백색국가 제외 강행…日 언론 "갈등 고조 불가피"(종합)

      2019.08.28 08:30   수정 : 2019.08.28 09:39기사원문
27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 '일본 수출규제 애로신고센터'가 마련돼 있다. 2019.8.27/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일본 정부가 28일 오전 0시부터 한국을 '화이트국가'(수출관리 우대 조치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했다고 NHK·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지난 7월 일본이 취한 Δ플루오린폴리이미드 Δ포토레지스트 Δ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핵심소재 3종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제2탄에 해당하는 조치다.



수출무역관리령은 지난 2일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후 준비 과정을 거쳐 공포 21째 되는 날인 이날 오전 0시부터 시작됐다.


현지 매체들은 개정안 시행으로 앞으로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령(시행령) 시행으로 한일 간 갈등은 더욱 출구를 보기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지통신은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있었던) 7월 이후 한국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통고하는 등 대응 자세를 강화할 수 있어서 사태 수습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일본 제품 수입이 막힐 우려가 있고 한국 기업이 조달처에서 일본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닛칸고교(日刊工業)신문 '뉴스위치'는 불매 운동이나 한국 여행객 감소로 일본 산업계에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한일 갈등의 경제적 타격은 한국 쪽이 훨씬 크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반도체 소재 수출 관리를 재검토해 한국 반도체 산업은 경쟁력 저하 리스크를 떠안는다. 반도체 수주가 줄어 경기가 나빠지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시황 악화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 줄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자국 경제를 스스로 둔화시키는 상황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 NNN(니폰뉴스넷)은 이번 조치와 관련, "경제산업성은 '금수 조치가 아니라 절차가 적당하면 수출을 허용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의 새로운 반발이 예상된다"고 봤다.

아사히신문은 "국내 기업은 일정 품목에 대해 특별한 포괄 허가를 받을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경제산업성에 의한 입회검사 등 엄격한 심사 대응을 요구받고 인정에는 수개월이 걸린다고 여겨진다. 중소기업과 수출 절차에 낯선 기업에는 장벽이 높다"고 설명했다.

화이트국가란 일본 기업들이 군사적 전용이 가능한 물품·기술 등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물량 등에 상관없이 3년에 1번만 허가를 받으면 되는 '일반포괄허가'를 적용해온 나라들로 한국을 포함해 미국·영국·프랑스·호주 등 일본과 우호·동맹 관계에 있는 27개국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일본은 수출관리 대상국을 '화이트국가'와 '비(非)화이트국가' 2개로 분류해왔던 것을 '그룹A·B·C·D' 4개로 세분화한다. '그룹A'는 한국을 제외한 기존 화이트국가 26개국이며, 한국은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과 함께 '그룹B'에 들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이제 전략물자는 물론, 그 외 일본 정부가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품목들을 한국에 수출할 땐 원칙적으로 계약 건당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2004년 아시아권에서 유일한 화이트국가로 지정했으며, 지정 뒤 이를 취소한 건 한국이 유일하다.
취소 결정은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라고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날 일본이 일련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하겠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한국 측의 주장이나 발언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고, 당연히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NHK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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