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빅데이터 이어 블록체인 확산에도 걸림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블록체인 기술 확산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 확산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과 전자문서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확산을 가로 막는 규제를 뿌리 뽑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규제개선 연구반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개인정보 수집을 위한 사전동의, 외부 공개 불가 등의 조항이 특정 기업이나 기관이 개인정보를 보관하지 않는 블록체인의 특성과 상충된다는 것이다. 또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체결한 계약에 대한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개인정보보호법, 블록체인과 맞지 않아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난 5월부터 운영된 규제개선 연구반에서 결정한 5대 전략 산업분야와 이 분야에서 제공되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위한 규제개선 연구에 대한 경과가 공유됐다. 이날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개인정보보호법이 블록체인 확산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명 단국대학교 교수는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고, 개인정보를 다른 사업자들에게 공유할 수 없지만 블록체인은 그 정보를 모두 공개함으로써 신뢰를 가지게 된다”며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아예 블록체인과 어울리지 않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대희 고려대학교 교수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은 모든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문제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물류유통 분과와 공공서비스 분과, 헬스케어 분과, 금융 분과, 에너지 분과에서 전문가들이 발표를 했는데 모든 분과 발표에서 개인정보호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대희 교수는 “블록체인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가명정보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개인정보를 해시값으로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외부에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매우 낮아지는 만큼, 이런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진명 교수는 블록체인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익명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블록체인은 관리주체가 없이 운영되고 검증되는데 누가 정보의 익명화 조치를 하고, 어떤 기술로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에서 이뤄진 계약-서명의 효력은?
아울러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맺은 계약의 효력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거래 정보를 전자문서로 인정할 수 있는지 모호하고, 블록체인에 기록돼 있는 문서를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관되고 있는 문서라고 볼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시간제 노동자를 고용할때 블록체인 기반 전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싸인을 하면 근로기준법 17조에서 규정하는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를 다한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또 같은 법에서는 근로계약서를 교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것도 교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도 모호하다는 것이다.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환자 정보를 다루기 위한 의료법 개정,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법 개정,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연구반 반장을 맡고 있는 숭실대학교 신용태 교수는 “연구반은 블록체인 기술, 서비스 도입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선제적으로 발굴, 개선해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만 27차례 회의가 예정돼 있다”며 “오는 12월까지 연구를 마무리하고 보고서를 완성하면 다시 한번 세미나 자리를 마련해서 연구결과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