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쟁 확전 막자" 정부, SK-LG 물밑중재

      2019.09.03 17:23   수정 : 2019.09.04 10:07기사원문
정부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을 중재하기 위해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현재 공식적 움직임을 자제하고는 있지만 두 회사의 소송이 국내 2차전지산업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경우 적극 개입할 방침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고, SK이노베이션도 최근 LG화학을 대상으로 ITC에 맞제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3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최근 LG그룹과 SK그룹 수뇌부를 잇따라 만나 이번 소송과 관련된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정 차관은 소송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지만 양사의 소송이 국내 배터리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물밑 대화창구도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두 회사의 배터리 소송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항상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정부의 중재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닌 양사가 재판을 통하지 않고 합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판을 깔아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소송이 국내 2차배터리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만 지금은 중재에 적극 나설 시기가 아니라고 전제했다. 아직 재판절차가 많이 남았고, 두 회사가 맞소송을 하는 등 '강대강' 대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ITC의 예비판정은 내년 6월쯤 나올 예정이며 디스커버리 절차 역시 올해 말에 마무리된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분쟁 당사자가 갖고 있는 증거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정부는 과거 주요기업 특허소송 등의 전례로 보면 ITC 예비판결 전에 양측이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견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두 기업의 소송전은 과거 삼성·애플 등의 특허소송 전례들과 비교해 볼 때 합의로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며 "최근 양측이 대화의 의지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양측은 최근 들어 '대화'라는 단어를 조금씩 꺼내 들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지금이라도 전향적으로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해 대화의 문은 항상 열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역시 대화를 거절하지 않았다.
다만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손해배상방안 논의를 내세웠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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