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사상 첫 마이너스…'D 공포'에 빠진 한국경제

      2019.09.03 17:26   수정 : 2019.09.03 17:26기사원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이 부진하면서 상품·서비스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현재 경제는 수출과 소비 부진 등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 저성장·저물가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곧바로 일시적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진화했다. 현재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등 공급측 요인에 의한 기저효과로 해석했다.
그러나 당장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 짓지는 못하지만 전조라는 분석도 여전하다.

■사상 최초 '마이너스' 물가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변동없음(0.0%)'으로 나타났다. 반올림하지 않은 물가 증감률은 -0.038%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8월 104.85에서 올해 8월 104.81로 꺾였다. 엄밀히 따지면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이날 통계청이 공식적인 물가상승률을 0.0%로 발표한 이유는 통상 물가상승률을 산출할 때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해 소수점 첫째자리로 정리해왔기 때문이다. 통계적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과장)은 "통계청이 물가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종전에는 1999년 2월에 기록한 0.2% 상승률이 가장 낮은 수치였다. 여태껏 마이너스의 증감률을 기록한 적은 없었다.

■저물가 원인은

정부는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농축수산물 가격하락 △석유류 가격 안정세 △유류세·교육복지 등 정부정책 등 세가지로 분석했다. 8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1.3% 하락했다. 지난해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뛰었던 게 기저효과로 작용해 상승률을 크게 낮췄다.

국제유가도 하락하면서 석유류 물가도 1년 전보다 6.6% 떨어졌다.

이 같은 분석에 비춰봤을 때 오는 9~11월 3개월 동안은 소비자물가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연속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를 넘은 바 있다.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 상승 등 공급측 상승 압력이 원인이었다. 바꿔 말하면 다음달부터 공급요인 안정에 따른 기저효과가 큰 폭으로 나타나 물가에 미치는 하방압력이 강해진다는 의미다. 더구나 경기부진으로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까지 약화된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30일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은 일시적으로 2~3개월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디플레이션, 시작 vs 확대해석

이날 정부와 한은은 8월 소비자물가와 관련, 디플레이션으로 확대해석해선 안된다고 누차 강조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정책협의회'를 마치고 "지금의 저물가 상황은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윤면식 한은 부총재도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연말께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내년 이후에는 1%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의견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분위기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디플레이션이라고 확대해석하기엔 문제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농축수산물이나 석유는 가격과 상관없이 소비되는 물품이어서 소비 및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마이너스 물가성장률이 1965년 이후 최초인 데다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다"며 "설사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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