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하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초등생, 20년 전..
2019.09.06 07:00
수정 : 2019.09.06 09:39기사원문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실내화 가방과 같은 소지품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 흔적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윤봉원씨(57)는 1999년 4월14일을 아직 뭉켜 쥐고 있다. 학교에서 소풍을 갔다 교사 인솔 하에 하교하던 8살짜리 딸이 대낮에 경기 오산시 서동 살던 아파트 주변에서 사라진 날이다. 윤씨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딸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딸 지현양은 그날 학교에서 걸어갈 수 있는 아파트 뒤편의 저수지로 학급 소풍을 다녀왔다. 저수지에서 윤양은 반 친구들과 그림을 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소풍 후 모든 학생이 학교로 돌아왔다. 교사는 윤양을 포함해 학교 근처에 사는 학생 6~7명을 자가용에 태워 차례로 집 앞에 내려줬는데 어느샌가 윤양이 사라졌다. 오후 1~2시 윤양이 온데간데없이 증발한 것이다.
윤씨는 "교사는 아파트 3동부터 역순으로 아이들을 내려주고 마지막으로 아파트 주변 마을에 사는 남학생을 데려다줬다는데 1동에 사는 지현이가 언제 내렸는지 기억을 못 했다"며 "당시 함께 있던 아이들의 말도 엇갈려 지현이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20년 전만해도 폐쇄회로(CC)TV 설치가 보편화돼 있지 않았다. 더욱이 윤씨가 살던 동네는 마을버스 종점이 있는 도시 외곽지역이다. 윤씨는 "당시 아파트 단지 양쪽에 있는 경비도 쉬고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당일 윤씨는 퇴근 후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고 있었는데 지현양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오후 8시30분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보통 윤양은 하교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거나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았다고 한다. 늦은 오후까진 가족들 모두 윤양이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경찰은 유괴 가능성을 열어두고 새벽 1시께 집 전화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수색은 다음 날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가족부터 마을 사람들, 주위 불량배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집부터 소풍을 갔던 저수지 근처까지 수색 범위에 포함됐다. 하지만 윤양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윤씨는 "소풍 때 찍었던 사진과 오른쪽 눈 밑에 점, 옆구리에 조그마한 붉은 반점 등 신체 특징을 전단지에 인쇄해 오가는 사람들에게 돌리고 교차로에도 실었다. 목격자 연락은 몇 번 왔는데 모두 허탕이었고 비슷한 사람이 산다고 해서 찾아갔지만 지현이가 아니었다"며 "어디로, 어떻게, 왜 사라졌는지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윤양은 유치원도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곳에 다녀 동네 사람들, 상인들 모두 안다. 그는 "어린애가 혼자 어디 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날 지현이의 행방을 전혀 모르지만 누군가 한 사람은 알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딸의 지문을 채취해 놓지 못한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윤씨는 지문을 가지고 있다면 딸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윤씨는 "아이 가방, 체육복 다 가지고 있는데 지문을 채취하지 못했다"며 "나중에야 지문을 뜨려고 보니 시간이 지나 어렵다고 해 가슴을 쳤다"고 회상했다.
딸이 사라진 슬픔에 가정도 무너졌다. 윤씨는 아내와 이별하고 성인이 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윤씨는 "지현이가 나쁘게 됐을지 모르지만 어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족 모두 에버랜드에 놀러 가 행복했던 기억이 그립다. 가족은 만나야 맞다"며 딸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씨는 지현양을 만날 때까지 찾을 생각이다. 그는 "언제까지 찾아야 할지 모르지만 지현이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지현이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며 "경찰에서도 미제 사건으로 두지 말고 부모가 아이를 찾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 부모로서 마음이 참 힘들다"며 도움을 청했다.